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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국내 입양 위축 불보듯" vs "국가책임제로 '제2의 은비'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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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간 민간이 도맡았던 입양, 정부가 관리하겠다는데…

여당, 입양특례법 개정안 마련
민간에 맡겨둔 입양 절차
신청·사후관리까지 정부가 개입
입양부모 자격요건도 크게 강화

"입양 포기 가정 늘어날 것"
입양 절차 복잡하고 길어지면
아이와 애착관계 형성해야 할
'골든타임' 놓칠 가능성 커

"선진 입양 문화로 가야"
헤이그협약 가입… 법개정 불가피
최선의 양육환경 보장 위해
입양의 공적관리 강화 필요



[ 이현진 기자 ] 2016년 6월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 만 세 살짜리 은비(가명)가 심정지 상태로 실려왔다. 손톱은 깨져 있었고 온몸에는 멍과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은비를 입양하려던 예비 양아버지의 소행이었다. 은비가 뇌사 상태에 빠진 지 1주일 뒤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서울가정법원은 입양을 허가했다. 은비는 결국 그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비슷한 무렵 경기 포천시에선 또 다른 입양아(당시 6세)가 학대로 숨졌다. 전과 10범이던 양아버지는 시신을 암매장했다.

잇따라 발생한 범죄에 정부는 부랴부랴 입양가정 전수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거칠고 무리한 조사로 선량한 입양가정의 반발만 샀다. 2012년 자녀를 입양한 A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몸서리친다. 그는 “공무원이 찾아와 집을 이잡듯 뒤지고 범죄자를 취조하는 것처럼 조사했다”며 “아이를 학대하는 친부모도 있지만 전국 친부모 가정을 전수조사하지는 않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제2의 은비’ 막으려면…

은비 사건은 발생부터 사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국내 입양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사례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입양은 신청에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민간 전문기관이 담당해왔다. 마지막으로 호적 등록을 위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은비 사건에서 보듯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입양 과정에서 정부 역할을 강화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정안 초안은 3촌 이내 친족 간 입양 외 모든 입양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도록 했다. 즉 입양을 보내거나 받으려는 부모 모두 보건복지부나 관할 구청에서 신청 및 상담을 받게 된다. 친부모가 입양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입양숙려기간도 기존 7일에서 30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초안이 발표되자 전국입양가족연대를 비롯한 입양가정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입양의 문턱이 높아져 입양 자체가 위축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예상 밖의 반발에 남 의원 측도 “개정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발 물러섰다.


◆“입양 위축” vs “양육환경 개선”

2013년 셋째 아이를 처음 입양한 정은숙 씨(43)는 입양특례법 논란에 마음이 무겁다. 정씨는 “정부가 나서서 입양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입양절차도 길게는 1년이 걸리는데 더 길어지면 입양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사정은 더 어렵다. 입양부모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각종 심리·신체·알코올 검사와 서류 준비, 아이 면담 절차 등을 위해 수차례 휴가를 낼 수밖에 없다.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질수록 애착관계를 만들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신생아 입양을 선호하는데 관련 절차가 길어지면 아이도 부모도 적응하기 어렵다. 국내 입양이 줄고 해외 입양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입양자격을 강화한 입양특례법이 도입된 2012년 1125건이던 국내 입양은 이듬해 686건으로 급감했고 2016년 말 546건으로 줄었다. 입양가정 사이에선 “입양특례법 이후 입양한 가정은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정씨는 “입양을 시도하다가 좌절하는 스트레스는 친생자를 포기하는 경험과 다르지 않다”며 “개정될 입양특례법에 과연 입양가정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모든 입양(준비)가정이 입양특례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간기관마다 다른 기준과 상담 때문에 혼란을 겪는 것보다 정부가 나서서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입양을 준비하고 있는 A씨 부부는 “상담받는 기관과 복지사마다 입양자격 기준을 다르게 제시해 당황했다”며 “한 기관은 경제적 이유로 거절했는데 다른 기관을 찾아갔더니 가능하다고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미혼모 단체들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2016년 국내외 입양아 880명 가운데 808명이 미혼모 아동일 정도로 미혼모와 입양은 관계가 깊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입양특례법이 입양을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에 “입양이란 중대한 일을 민간에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며 “입양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입양부모를 평가,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아동에게 최선의 양육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이그협약 가입… 법개정은 필수

입양특례법 개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은 2013년 3월 ‘국제입양에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헤이그협약)에 가입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됐다. 협약을 이행하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김준 입법조사처 심의관은 “헤이그협약 비준을 계기로 입양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개정안 초안에 미비한 점이 없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입양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찬반 양측의 의견을 토대로 내용을 수정해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1월 토론회 이후 다음달 입양부모 간담회를 열었고 13일에도 개별 부모를 면담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논란이 됐던 입양숙려기간을 15일 정도로 축소하고 입양부모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작업이라 복지부와 계속 조율하며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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