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설 하루만에 로드맵
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 등은
3년 뒤 외국인 지분 제한 폐지
증시 교차투자 한도 확대
"위안화 평가절하해 美와 통상문제 해결 않겠다"
[ 강동균 기자 ]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 자본이 중국 현지은행 지분을 100%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의 외국 자본 소유 지분 제한도 2021년 하반기에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중국은 또 미국과의 통상전쟁 해결을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장은 11일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날 개막 연설을 통해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 행장은 우선 수개월 안에 은행과 금융자산관리회사의 외국 자본 지분율 제한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외국 금융회사는 중국에 은행을 세울 수는 있었지만 현지은행에 투자할 때는 단일 지분 20%, 합산 지분 25%로 한도 제한을 받았다. 이 때문에 KEB하나은행은 2010년 중국 북동부 지린성에 있는 지린은행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보유 지분은 18%에 불과하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생명보험사의 외국 자본 지분 한도를 51%로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수개월 안에 시행된다. 이후 3년 안에 지분 제한 규제가 없어진다. 현재 이들 분야에서 외국 자본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지분 한도도 49%로 제한된다.
외국계 보험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 2년 동안 사무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규제도 폐지된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투자)과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투자)의 하루 투자한도를 다음달 1일부터 네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상하이와 영국 런던 증시 투자자들이 상호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후룬퉁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최근 미국과 벌이고 있는 통상전쟁과 관련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방법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미 통상마찰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이므로 반드시 이성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방식으로 통상 갈등을 해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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