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와인 꺾은 비결은 최고의 환경과 창의적 도전"
[ 김보라 기자 ]
1976년은 와인의 역사를 바꿔 놓은 해다. 파리에서 미국산과 프랑스산 와인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렸다. 심사위원 대부분은 프랑스인. 와인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싸구려 와인’으로 여겨졌던 미국산 와인이 샤토 무통 로쉴드 등 고가 프랑스 와인을 제쳤다. 레드와 화이트 부문에서 각각 우승한 스태그스립(1973)과 샤토 몬텔레나(1973) 모두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유럽 와인업계는 결과를 6개월간 숨겼다. 타임지가 보도하며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프랑스엔 굴욕을, 미국엔 영광을 안겨준 사건. ‘파리의 심판’ 얘기다.파리의 심판 4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5월 일본에선 ‘도쿄의 심판’이 열렸다. 1976년 당시와 똑같은 빈티지의 레드와인 10종을 한자리에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이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나파밸리 최초의 와이너리 프리마크아비의 1969년산 카베르네 쇼비뇽이다. 프리마크아비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 참여한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레드와 화이트 두 부문 모두 출품한 기록이 있다. 당시 레드와인은 10위, 화이트와인은 6위를 차지했다.
이달 초 서울 청담동 베라짜노에서 만난 배리 도스 프리마크아비 에스테이트 총괄책임자(60·사진)는 “프리마크아비는 150년 넘게 최고의 팀, 최상의 협업을 통해 매년 새로운 와인을 창조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나쁜 빈티지’란 없고 ‘다른 빈티지’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늘이 선사한 최상의 기후와 창의적 도전이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비결이라는 것. 도스는 2006년부터 프리마크아비 브랜드를 알리고 매년 와인 생산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1976년 파리에 출품했던 와인은 40년의 세월을 머금으며 지금 더 완벽해졌다”며 “도쿄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프리마크아비는 1886년 탄생한 나파밸리 최초의 와이너리다. 최초의 여성 와인 메이커 조세핀 티치슨이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후 찰스 프리먼, 마르캉드 포스터, 앨버트 애비 애런 등 세 사람의 투자자 이름을 따 ‘프리마크아비’가 됐다. 미 와인기업 잭슨패밀리와인(JFW)이 소유하고 있다. 도스 총괄책임자는 “창업자인 티치슨과 여러 사업가가 전통을 이어왔고, 1960년대 ‘프리마크대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와인의정통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파밸리 와인이 구대륙 와인을 넘어설 수 있던 비결로 그는 날씨와 경험을 꼽았다. 도스 총괄책임자는 “나파밸리는 여름 3~4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파란 하늘에 청명한 날씨가 계속된다”며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땅과 태양이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우리의 경험이 이에 더해져 명품 와인을 빚어낸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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