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출신'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
수교 25주년 맞아 첫 공식 訪韓
삼성전자·판교테크노밸리 등 찾아
"한국은 기술혁신 주도하는 국가
스타트업 지원 중요, 兩國 협력 기대"
[ 추가영 기자 ] “제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기업가정신을 지지하는 겁니다.”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아 2박3일 일정(9~11일)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55·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경제의 혁신 잠재력을 높이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국의 혁신은 슬로바키아 등 많은 국가에 자극을 준다”며 “한국이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스카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다. 1996년 콰트로, 트라이앵글 등 기업을 설립해 소비자 대출 사업을 했다. 2005년 보유 지분을 VUB은행에 매각한 자금으로 자선 단체인 도브리안젤을 운영했고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한국은 기술 혁신과 과학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기술 혁신과 과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슬로바키아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갖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은 양국 관계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슬로바키아에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1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의 대(對)슬로바키아 투자는 지금까지 25억유로(약 3조원), 양국 간 무역액은 40억유로를 넘어섰다. 한국은 비(非)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슬로바키아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다. EU 국가까지 포함하면 5위 투자국이다. 키스카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에 삼성전자, 기아차 연구개발(R&D)센터, 판교 테크노밸리를 찾기도 했다.
그는 “비세그라드그룹(V4)도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세그라드그룹은 중유럽 지역 협력체로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회원국이다.
키스카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혁신·R&D 관련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슬로바키아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 한국을 선택한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는 옛 소련 시절 지어진 구형 원전의 수명이 다해 신형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과 원전 관련 협력을 맺을 의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스카 대통령은 국내 경영계 인사와도 만났다. 전날 열린 경영계 인사와의 오찬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과 슬로바키아 명예총영사인 금난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이 참석했다.
키스카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아름답고 흥미로운 걸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자연 경관은 아름다웠고,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매우 능숙했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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