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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올림픽 유산' 살려야 할 차기 강원지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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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m 높이 조형물에 미끄럼틀 단 런던처럼
'강원음식 30선' 등 돈 되는 실속 사업 개발
올림픽을 넘어서는 홀로서기 방안 찾아야

강철희 <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대표 >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가늠에 한창이시겠지요. 지난 2월 평창 하늘을 훤히 밝혔던 동계올림픽 성화도 남다른 마음으로 보셨을 겁니다. 전국을 넘어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이렇게 강원도에 쏠렸던 적이 또 있었을까요.

그 관심, 강원도엔 정말 절실한 기회입니다. 폐광지역을 살리자고 특별법을 만들어 두 번이나 시효를 연장하며 카지노까지 지었지만 강원도에 새 호흡을 불어넣는 데는 역부족이지 않았습니까. 평창올림픽 레거시(legacy·유산)는 그만큼 놓칠 수 없는 마중물인 셈이지요. 펌프질에 보탬이 될까 싶어 졸견이나마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첫째, 올림픽을 빨리 잊어야 합니다. 올림픽 레거시를 살리자는 마당에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으시지요. 그런데 지사님, 평창 이전에 역대 동계올림픽이 어디서 열렸는지 혹시 기억하십니까. 소치, 밴쿠버, 토리노, 솔트레이크시티에 동계올림픽 기념 관광지를 보러 다녀왔다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올림픽만 팔아서는, 한 발 더 나가자면 올림픽을 팔아서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올림픽 효과는 평창의 이름 두 글자를 전 세계에 알린 것, 딱 거기까지라고 보는 게 현실적일 겁니다. 강원도만의 정체성과 매력을 세우기 위해서는 올림픽을 넘어서는 ‘홀로서기’가 시급합니다.

둘째, 냉철한 현실 감각이 필요합니다. 축제의 기쁨 끝에, 그리고 치열한 선거 레이스 가운데 겉치레와 선심 쓰기, 보은성 사업이 적잖이 나왔으리라 짐작합니다. 강원도 폐광지역 종합개발계획의 씁쓸했던 끝을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태백, 정선, 영월, 삼척에 레저단지만 24군데가 계획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대부분 첫삽도 못 떴지요. 앞으로 도지사님 책상에 오르는 모든 사업안은 사업 타당성,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2012년 여름 올림픽이 열렸던 런던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실리를 위해서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은 일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올림픽 파크 한가운데에 115m 높이의 랜드마크 철골 조형물을 세웠더랬지요. 설치비용의 80% 이상을 아르셀로미탈이라는 철강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해결했지만, 올림픽 후에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세계적인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인 이 조형물에 과감히 미끄럼틀을 단 것입니다. 세계 최고최장이라는 이 미끄럼틀을 한 번 타고 내려오는 데 우리 돈 2만5000원이나 내지만 한 해 20만 명이 몰려 줄을 섭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거창한 사업보다 ‘강원특선음식 30선’이 참 실속 있는 레거시 아이템 같더군요. ‘메밀더덕 롤까스’며 ‘느른국’, ‘째복 옹심이’ 같은 음식들은 언제든 한 그릇 먹어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유명 셰프들과의 협력으로 나왔다는 레시피들은 다소 급조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한 푼이라도 확실하게 지역 주민들의 수입이 될 수 있다면 가릴 게 있겠습니까.

셋째, 지속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전담 조직을 두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런던은 대회 준비 기간 중 레거시 프로그램을 맡았던 ‘올림픽파크레거시회사(OPLC)’를 대회 후에 ‘런던레거시개발공사(LLDC)’로 대체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는 2010년 대회 후 레거시 프로그램과 조직을 비영리기구(LIFT Philanthropy Partners)로 전환했고요. 올림픽의 에너지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그 주체를 정치와 행정에서 독립시켜 자생의 탄탄한 기반에 올려둔 셈입니다.

유연한 사고와 실행력이 필요한 부분일수록 민간의 참여가 중요할 것입니다. 환상적인 드론 불빛으로 개·폐회식 하늘을 수놓았던 상상력이 강원도의 미래를 그리는 데도 발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는 단순히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을 넘어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 조직, 미래 세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지사님, 올림픽 레거시는 절대 올림픽 기념사업이 아닙니다. 대회가 남긴 자원을 바탕으로 강원도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평창 레거시’가 돼야 합니다. 모쪼록 국가와 세계를 위해 감동의 축제를 멋지게 치른 강원도에 이제는 그 아름다움에 걸맞은 활기가 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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