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 박현진의 재테크 법률 (3)
중개인 과실로 손해 봤어도
100% 배상받는 경우 드물어
특약사항·인감·권리관계
민감한 사항 본인이 꼭 확인해야
일상생활은 크고 작은 법률 문제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법률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소송을 경험하거나 법원을 드나드는 것은 매우 특수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법률 분쟁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주택, 상가 등 부동산 투자 분야다. 부동산은 비싼 만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법률문제로 얽혀 있다. 때로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법률 분쟁이 발생한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법률 문제에 시달리곤 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계약에는 전문가가 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을 직접 거래하기보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개인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거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거래 당사자들이 중개인에게만 맡겨둔 채 계약서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특약사항에 어떤 내용을 규정할지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 식이다. 이는 중개인을 믿고 맡기는 사회적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률 문제가 발생하면 중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거래로 손해가 발생하면 중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중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것이 녹록지 않아 결국 거래당사자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
먼저 중개인의 책임이 성립하려면 그의 잘못이 있어야 한다. 중개대상물의 설명·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법에 정해진 절차를 게을리하는 등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 거래 당사자의 일방적 계약 해지나 취소, 또는 계약금 반환 불이행은 중개인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첫 번째 관문도 통과할 수 없다.
중개인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중개인의 의무 소홀이 원인이 돼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만약 중개사가 부동산 취득에 적용되는 조세와 세율에 대한 설명을 잘못했다면 중개인의 과실이 인정되지만 그 설명과 무관하게 당사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결과적으로 동일하므로 손해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위 두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도 중개인의 책임이 100%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래당사자 본인 역시 거래할 때 챙겨야 할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과실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중개인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를 살펴보면 중개사가 대리인으로 자처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거래를 중개한 경우, 무단 증축된 건물에 대해 “문제없다”고 설명한 경우, 거래 시세를 확인하지 않은 채 “거래 부동산이 임대차보증금 담보에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한 경우 등인데 이때 본인의 책임 역시 20% 내지 70% 인정돼 중개인에게는 일부 책임만 물을 수 있었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에서는 중개인의 책임과 더불어 거래당사자 본인의 책임 역시 중하게 다뤄진다. 중개인을 무작정 믿기보다 직접 특약사항 등을 꼼꼼히 살펴 규정하고 위임장·인감증명서 등 필요 서류, 등기부등본의 권리관계,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등도 직접 확인해 최대한 주의 깊게 거래해야 한다.
박현진 <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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