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총리 여당 49% 득표
개헌 가능한 3분의 2 의석 확보
유럽 극우 확산… EU 균열 심화
[ 설지연 기자 ]
헝가리 총선에서 ‘반(反)난민’ ‘반 유럽연합(EU)’을 앞세운 여당 피데스가 개헌 가능 의석까지 확보하며 압승했다. 동유럽을 대표하는 스트롱맨으로 ‘리틀 푸틴’ ‘빅테이터(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dictator의 합성어)’ 등으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4선에 성공해 2022년까지 집권하게 됐다.
피데스와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은 8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49% 득표율로 199석 가운데 개헌 가능선인 3분의 2가 넘는 133석을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록적인 득표율에 힘입어 피데스는 헌법을 바꾸고 집권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오르반 총리는 1998년 35세 나이에 ‘유럽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얻은 인물이다. 2010년 재집권한 이후 EU의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하면서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내세웠다. 난민을 ‘독(毒)’이라고 부르며 국경에 레이저 철조망을 설치하고 난민 자격 신청자들을 송환 구역에 집단 수용해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 오르반 총리 재집권의 바탕이 됐다. 2010년 이후 헝가리는 2~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EU 평균보다 높다. 선거 기간 부패 스캔들을 비롯해 언론과 시민단체 탄압 등의 독재 논란도 있었지만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4선 총리가 된 그가 동유럽 국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EU 내에서 동서 분열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르반 총리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와 결성한 ‘비셰그라드 그룹’(4개국이 외교·경제·안보 등을 협의하기 위해 결성한 협력체)의 반 EU 정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세를 불린 데 이어 헝가리에서도 우파 여당이 집권하면서 유럽의 정치 지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EU 28개 회원국 중 사회민주주의 계열 중도좌파 집권 국가는 스웨덴 그리스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몰타 등 6개국만 남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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