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정부안은 현실성에서도, 타당성에서도 문제점투성이다. 무엇보다도 ‘매달 지급 상여금’만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통상 상여금은 지급 시기까지 노사 간 단체협약 대상이다. 최저임금이 줄어드는데 노조가 상여금의 월 지급 방식에 쉽게 동의할 리 없다. 중소기업계는 상여금을 월 단위로 지급할 여력이 있는 곳이 드물다. ‘실체가 별로 없는 상여금’만 산정기준에 넣겠다는 셈이다.
‘숙박비’를 넣겠다는 것도 대상 근로자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안 된다. 숙박비는 노조 가입이 거의 없는 외국인노동자에게 주로 지급된다. 이 점에서 국회는 노동시장의 상층부를 장악한 양대 노총 눈치를 살핀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가. 이런 논의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쟁점 장악을 못한 채 존재감도 없다.
국회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질과 구조적 문제점을 못 보고 있다. 지역별, 업종별 차등화도 입법화할 때가 됐다. 서울 도심과 벽지 편의점 종업원의 최저임금이 같아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 일본이 다 하는 지역별 차등화에 대해 ‘저소득 지역 낙인찍기’라는 반대는 설득력이 없다.
본질과 원칙을 방기한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은 안 된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경제계 절규를 외면하다가는 노사관계를 험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최저임금 범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달리 복잡한 한국의 임금체계를 단순화해 ‘임금유연화’ ‘고용유연화’로 나아가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국제기준에 맞는 장기발전형 법제를 만드는 것이 국회 책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