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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랑의 미술 대중화 20년… 올핸 4050 인기화가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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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展
김동유·김덕기 등 10人10色



[ 김경갑 기자 ]
‘인사동 터줏대감’ 노승진 노화랑 대표(69)는 1977년 화랑을 시작했다. 남다른 안목과 예지력,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미술 사업을 벌여온 그는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갤러리 등 대형 화랑들이 속속 인사동을 떠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1990년 초에는 4층 건물을 사들여 공격경영에 나섰다. 노 대표는 전시도 중요하지만 화랑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애호가의 저변을 확대하는 게 급했다. 1999년 ‘미니아트 마켓’이란 타이틀로 국내 처음 작은 그림전을 시도했다. 서세욱, 박서보 등 9명이 내놓은 작품들은 개장과 함께 ‘완판’됐다. 판매 수익금은 홍익대 미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2006년부터 ‘작은 그림-큰 마음’ 전으로 이름을 바꿔 매년 열어 대히트를 쳤다.

한국 화단의 인기 작가나 거장 200여 명이 이 전시회를 거쳐 갔다. 고인이 된 송수남 이두식 윤형근을 비롯해 서세옥 민경갑 송영방 이우환 하종현 이왈종 전광영 같은 원로부터 이석주 황주리 이수동 주태석 지석철 등 중견작가까지 가세했다. 그동안 작은 그림전을 통해 확보한 미술애호가도 1200명에 달한다.

노 대표가 올해 화랑 개업 40년을 맞아 그동안 ‘작은 그림-큰 마음’ 전의 이름을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으로 바꿨다. 작가들도 중견과 원로들을 배제하고 한국 현대미술을 짊어지고 나갈 40~50대를 배치했다. 유능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동시에 새내기 미술애호가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생각에서다.

9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50대 스타작가 김동유를 비롯해 윤병락 김덕기 박승민 벽형진 이동재 이호련 노세환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가 10명이 공들여 제작한 3~12호 소품 100여 점을 내건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저마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 경기 불황을 반영해 점당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30% 낮은 균일가 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작가들은 이번 기획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품들에 대작 못지않은 열성을 쏟았다. 참신·진지·발랄·자연 등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엿볼 수 있다.

작은 화면에 금(crack)이 간 균열로 마릴린 먼로를 패러디한 작업을 내놓은 김동유 씨는 “소품도 대작과 같은 효과가 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길이 많이 간다”며 “이중 삼중으로 갈라지는 화면에 팝아트의 세계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소품을 처음 선보이는 이동재 씨는 “제 작품은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소품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해 보니 별난 세계가 보였다”며 “유명 노래의 알파벳을 하나 하나 붙여 예술의 노동집약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 씨는 “농사의 소중함을 바탕으로 삼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방 욕구에서 예술의 원천을 뽑아냈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노세환 씨는 “창의적인 삶의 열정을 고스란히 옮긴 작품을 감상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했고, 여성작가 박형진 씨는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난해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고 예술이 주는 감동과 삶의 활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노 대표는 “유능한 젊은 작가들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미술문화 대중화를 북돋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02)732-35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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