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닷새째 공전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충돌이지만 최대 쟁점인 헌법개정에 국민투표법 개정, 추가경정예산 처리까지 겹쳐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6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하고 임시국회 의사일정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정연설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이전에 합의된 일정이고 대정부질문을 위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를 의결하지 않는다면 과반 의결정족수를 못 채워도 개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여당측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추경 시정연설을 비롯한 대정부 질문 일정 자체를 연기할 것을 주장하며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국회로 넘어온 추경안을 마냥 방치하는 것은 여야 모두에 부담인 데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역시 대정부 질문에는 임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말 물밑 접촉을 거쳐 임시국회가 일단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문제는 상임위가 일단 가동된다 하더라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4월 임시국회 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는 데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로 맞불을 놓고 있어 절충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쟁점법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쟁점법을 놓고 대리전을 벌이고 있을 뿐 본질은 개헌 협상인데, 5월말까지 국회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총리 추천제를 압박하는 야4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개헌 논의가 여전히 헛바퀴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재외국민 투표권 확대를 위한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국회에 보내는 등 청와대가 나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압박하는 데다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국회로 넘어오며 가뜩이나 복잡한 고차 방정식에 변수만 추가되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한층 험한 설전만 이어갔다.
민주당은 보수야당의 국회 보이콧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높이며 한국당 지도부를 규탄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리당략과 선거 유불리로 추경안을 대하는 태도는 자제하기 바란다"면서 야당의 추경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개헌 및 국민투표법 개정과 관련해 "입으로는 개헌을 외치고 뒤로는 개헌을 가로막는 한국당의 이중 플레이에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국민 개헌의 전제 조건인 국민투표법 논의가 야당의 무책임한 방치로 지연되고 있다"며 "7번씩 국회를 보이콧하는 정당이 헌정사에 있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당 대표부터 원내 대변인까지 연일 수준 이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부디 제1야당에 걸맞은 품위 있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달라"며 협상 파트너인 김성태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지도부를 이틀째 비판했다.
한국당은 개헌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압박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5월19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선거구제 개편이 함께 이뤄진다면 대통령제가 아닌 다른 권력구조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한국당은 비례성 확대와 선거구제 개편의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문 대통령이 결단하고 민주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이 확 바뀌었다"면서 "대통령이 나서 '개헌쇼'까지 하면서 집권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헌신짝처럼 걷어차려는 몰지각한 국민 개헌 말살 행위를 즉각 거둬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소득주도 성장 자체에 대한 비판론을 펴며 추경 반대를 못 박았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당 회의에서 "정부가 추경을 편성했는데 국민 세금으로 돈을 풀어 청년 일자리를 해결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환상이고 허구"라며 추경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양당 힘겨루기 때문에 민생과 개헌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방송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처리가 국회 정상화의 연계조건이 돼선 안 된다. 두 법 통과를 위해 소관 상임위를 열어 논의하면 된다"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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