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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파괴적 기술 '열공'하기보다 그 쓰임새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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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

클라우스 슈밥 지음 / 김민주·이엽 옮김
새로운현재 / 352쪽│1만7000원

슈밥 WEF 대표 '4차 산업혁명論'

AI·드론·IoT 같은 첨단 기술
기존 산업·삶의 방식 다 바꿔놔
개인의 사적 공간 침범하기도

대응 전략은 '줌인'보다 '줌아웃'
기술 성격·특성에 집중하기보다
인간에 끼치는 영향 우선해야



[ 오춘호 기자 ]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드론(무인항공기), 가상현실, 증강현실…. 쉽게 알 수 없고 배우기도 힘든 용어들이다. 그저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머리만 복잡하게 하는 기술 같다. 이 기술들이 제도를 바꾸고 사회를 바꾼다니 두려움까지 밀려든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더 그렇다. 뭔가 틀을 완전히 바꾸는 느낌이다. 생각도 바꿔야 한다. 파급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기술들이 뭐길래’라는 생각도 들지만 적응해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대표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책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를 펴냈다. 첫 저작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에 이은 속편이다. 출판 후 2년이 흐른 지금 4차 산업혁명은 현실로 다가왔다. 첨단 기술들이 혁명을 이끄는 동인이 되고 있다. 슈밥이 이 혁명을 다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느꼈을 것이란 생각이 책을 읽는 중에 문득 든다.

슈밥은 두 가지 점에서 전작을 보완하고 있다. 먼저 모든 독자가 혁신에 대한 시스템적 관점을 기르고 새로운 기술, 글로벌 과제, 우리 행동 사이의 관계를 조망해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12가지를 고르고 가장 최근 사례와 세계적 전문가들의 관점을 집대성해 보여준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진정으로 ‘파괴적’이라고 못박는다. 기존 기술을 파괴하고 산업을 파괴하고 삶의 방식을 파괴한다. 이전의 디지털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이 결코 아니라고 그는 단언한다. 이런 파괴적 혁명은 이미 전개되고 있고, 지금은 ‘혁명의 진화과정’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분명히 이렇게 주장한다. “희망적인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진화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 규범과 규제 역시 지금 형성되는 과정이다.” 즉,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진화를 바꿀 수도, 늦출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슈밥은 이런 관점에서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술결정론을 단호히 거부한다. 과학기술은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또 많은 새로운 문제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존의 세 차례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술 결정론이 남긴 세 가지 도전적 과제를 제시한다. 산업혁명의 혜택이 골고루 배분됐는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미리 고려했는지, 그리고 자연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한 보호를 했는지 등이다. 지구촌은 아직 이런 과제와 씨름 중이라는 게 슈밥의 생각이다. 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19세기 제도와 20세기 마음가짐으로 21세기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그는 21세기 제도와 마음가짐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개인의 사적 공간을 마구 침범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에 따라 판단이 이뤄지고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인공지능이 대표 격이다. 이런 절차는 결국 종횡무진 인간의 고유성을 짓밟는다.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슈밥이 제시하는 네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술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회의 안전을 담보하는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이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권한만 갖고 있으며 셋째, 인간 중심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넷째, 가치를 기술의 필수 요소로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기술이 가치 중립적이라는 것을 배격한다. 가치 중립적이라는 명제에 빠지면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고 사회를 투명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혁명의 진화는 사회와 연결된 진화요, 가치와 연결된 진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기술을 줌 인(zoom-in)과 줌 아웃(zoom-out)으로 정리한다. 특정 기술들의 성격과 그 잠재적 특성 및 파괴력 등을 이해하는 줌 인 전략보다 줌 아웃 전략에 더 무게를 싣는다. 줌 아웃은 여러 기술을 연결하는 패턴이자, 이 패턴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말한다. 마치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초연결 사회의 변형이다.

이 책 후반부에서는 12개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 컴퓨팅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명히 말한다. 범용 기술 이외에 그동안 과소평가된 신소재 기술이나 가상현실 증강현실도 다루고 있다. 물론 3차원(3D) 프린팅과 생명공학 신경기술, 에너지기술과 지구공학 우주기술 등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기술들의 잠재적 연결성, 줌 아웃 전략을 강조하려 애쓰는 흔적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강하게 주문하는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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