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길 - 거산정밀 사장
[ 김낙훈 기자 ]
신제품 개발 능력, 그리고 제품의 성공 여부와 학력은 큰 관계가 없다. 기름 냄새 나는 공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나서는 중소기업인이 많다. 이들에겐 생산현장이 ‘창업대학’이요, ‘연구개발(R&D)’ 기지다. ‘구로동 발명왕’ 강성길 거산정밀 사장(59)과 2년에 하나꼴로 자동문 신제품을 개발해온 강용재 태성자동문 사장(55)을 만나봤다.
“매실은 장아찌 술 반찬 등 많은 곳에 쓰입니다. 하지만 씨를 제거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를 간편하게 빼낼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내달부터 공급할 예정입니다.”
서울 구로동 거산정밀의 강성길 사장(59) 말이다. 서부간선도로변에 있는 이 공장에 들어서면 선반 밀링 CNC머신 등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쪽에서 ‘밤까는 기계’가 토닥토닥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밤을 까고 있다.
‘구로동 발명왕’으로 불리는 강 사장은 밤까는 기계, 곡물분쇄기에 이어 최근 매실씨 제거기를 개발하고 막바지 제작 중이다. 이미 매실농가로부터 100대를 선주문 받았다. 매실을 작은 홈에 넣고 공압을 이용해 위에서 뾰족한 피스톤으로 누르면 순식간에 씨는 아래 구멍으로 떨어지고 매실은 여섯 쪽으로 쩍 갈라진다. 이 설비는 가정용, 업소용 등이 있다. 강 사장은 “로터리 방식의 업소용은 하루 최대 2t의 매실을 가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멧돼지 포획틀’도 개발했다. 멧돼지가 시도때도 없이 도심에 출몰하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는 “멧돼지는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막걸리를 틀 안에 뿌린 뒤 고구마 같은 먹이를 넣어두면 멧돼지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멧돼지가 먹이를 건드리면 순식간에 문이 잠긴다. 쥐덫과 비슷한 원리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에 시제품 3대를 납품했다. 발명특허도 받았다.
그는 이미 밤까는 기계를 개발해 일본으로 1000대 이상 수출하기도 했다. 브랜드는 ‘밤박사’다. 원통 안에 생밤을 넣은 뒤 스위치를 누르면 밤 1㎏을 35~50초(농가용 및 백화점용) 만에 깐다. 바닥의 칼날이 고속 회전하면서 밤을 스치고 이 과정에서 껍질이 조금씩 까지는 원리다.
거산정밀은 직원 6명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공장 안에는 개발 중인 신제품이 곳곳에 놓였다.
다양한 기계 발명은 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시골에서 10대 후반에 상경해 서울의 볼트공장에서 일하다 27세 되던 1986년 독립했다. 자동차부품과 산업기계부품 등을 제작했다.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면서 선반 밀링 프레스 모터 기어 등 기계설비에 관한 내용을 체득한 게 창업에 도움이 됐다. 책을 펴놓고 씨름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기계를 다루고 기름냄새를 맡으며 40년간 몸으로 익혔다.
그는 “산업현장 자체가 살아 있는 창업대학이죠. 공장에서 일해 봐야 나중에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습니다.”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뜻밖에 수취어음 부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때 수주산업의 위험성을 깨닫고 ‘나만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밤박사에 도전했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납품한 뒤 일본 식료품전시회 출품을 계기로 수출에 나섰다.
강 사장은 “이번에 개발한 매실씨 제거기는 우메보시 등 매실 요리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밤박사를 이을 히트상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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