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등 DT매장 확장
도심 외곽 국도 따라서 모델하우스·나대지까지 변신
일반매장보다 매출 40% 높아
車에서 즐기는 전용 메뉴도
[ 김보라 기자 ]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굿둑과 이어지는 강변도로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DT)점. 2년 전까지만 해도 폐공장이 있던 이곳은 요즘 평일에도 차들이 줄지어 드나드는 명소가 됐다. 스타벅스가 2016년 7월 차 안에서 커피 등을 주문해 받아갈 수 있는 을숙도강변 DT점을 연 뒤 나타난 변화다.
DT매장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폐업한 주유소와 공장, 모델하우스 터와 나대지까지 DT매장으로 바뀌면서 지난 3월 기준 맥도날드 스타벅스 버거킹 롯데리아 투썸플레이스 KFC 엔제리너스 등 주요 브랜드의 전국 DT매장은 521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DT매장 전국 500개 넘어서
세계 최초로 DT매장을 연 것은 1930년 미국의 한 은행이었다. 오픈카를 타고 다니던 한 부호가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은행 벽면 방범창을 입금 창구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패스트푸드 등으로 확산된 건 1970년대 일이다.
국내에선 맥도날드가 1992년 부산 해운대점에 첫 DT매장을 열었다. 초기엔 ‘땅덩어리 좁은 한국에서, 대접받으며 외식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가 될 리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DT매장이 가장 많은 맥도날드는 맥드라이브 매장이 252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어 스타벅스(140개) 롯데리아(56개) 버거킹(51개) KFC(12개) 엔제리너스(8개) 투썸플레이스(2개) 등의 순이다.
DT매장은 국도의 연결과 확장이 진행되고 등록 자동차 대수가 늘면서 급증했다. 국내 누적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2252만여 대로 2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인구 2.3명당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이 DT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이유는 수익성이 좋아서다. 일반 매장에 비해 20~40%가량 매출이 더 많다. 이렇다 보니 나대지, 개인주택, 모델하우스 터까지 DT매장으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 정읍DT점은 모델하우스 자리였고, 속초DT점과 익산영통DT점 서귀포DT점 등은 활용가치가 없던 나대지를 개발한 사례다.
◆대용량 커피 인기… 전용 상품도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의 확산도 DT매장 급증의 요인이다. DT매장 매출을 분석해 보면 일반 매장에 비해 커피 메뉴가 훨씬 잘 팔린다. 커피전문점 DT매장에서는 대용량 사이즈의 커피 메뉴 판매량이 일반 매장에 비해 20~30% 더 많다. 롯데리아 일반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 1~5위에는 커피가 빠져있지만, DT매장 순위에는 아메리카노가 5위에 올라 있다. 맥도날드에서도 일반 매장보다 커피 판매 비중이 20% 이상 높다.
DT매장 전용 상품도 나왔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함께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내놨다. ‘DT 밀당 케이크’라는 이름의 이 메뉴는 포크를 쓰지 않고 패키지에 담긴 케이크를 손으로 짜듯이 밀어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목소리가 아니라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DT매장용 42인치 대형 스마트 패널을 개발하기도 했다. 바리스타와 얼굴을 보고 손짓을 하며 대화하듯 주문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주유소에서 DT매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 모델하우스와 나대지, 개인주택 자리에 DT매장을 열고 싶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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