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중앙집권식 권력구조 해체
개인에게 권력 돌려줘 직접민주주의 가능
“암호기술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기여할 것입니다”
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은 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암호화폐는 중앙집권적 성격을 가진 기존 권력을 각 개인에게 분산시키는 수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차움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암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채굴(PoW, 작업증명)을 통해 참여자들의 거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스페인, 호주 등에선 암호 기반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직접 민주주의 실험을 진행중이다.
차움은 “25년 전 UC버클리 대학원생 시절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암호학 연구를 중단시키려 한다는 기사를 읽었고 이에 반발해 암호학 컨퍼런스를 열었다”며 “이것이 국제암호학협회(IACR)의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차움은 국제암호학협회를 창립한 암호학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은닉서명 기술을 개발한 사람도 그다. 차움은 1990년 디지털 화폐 회사 ‘디지캐시(DigiCash)’를 설립해 세계 최초로 암호학이 적용된(익명성을 가진) 디지털 화폐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1994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월드와이드웹(WWW) 컨퍼런스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세계 최초의 e캐시인 디지캐시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발송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며 “개인이 암호를 사용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결정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움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익명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훌륭한 결제수단"이라며 “기존 거버넌스를 어떻게 분산시키고 공유할 수 있는지의 논의가 암호화폐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금융 암호학자 이안 그릭은 기존 블록체인에서 문제로 떠오른 인증의 복잡성을 해결할 방법으로 ‘작은 집단’을 제시했다. 블록체인의 경우 하나의 스마트계약을 모든 노드가 검증해야 하기에 인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례로 비자카드의 경우 초당 5만6000건의 결제 거래를 처리하는 반면, 비트코인의 경우 초당 7건의 거래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인증의 미래: 작은 집단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한 그릭은 “케냐에 ‘차마(Chama)’라는 제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차마는 5~30명이 모여 함께 저금하는 소셜 세이빙의 일종으로 한국의 계모임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릭은 “차마를 관찰하니 작은 커뮤니티이고 구성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다면 신뢰성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발견했다”며 "작은 커뮤니티는 인증 정보를 외부로 공유하지 않으면 인증이 어렵다는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익명성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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