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현대모비스 지분 사들이기로
1조원 이상 세금 납부
현대차그룹 2년여간 머리 맞대
그룹 관계자 “30여 가지 방안 중 가능성 가장 희박했던 것”
사업 경쟁력과 인수합병 능력 챙겼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규모 지배구조 손질에 나선 가운데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예상밖의 카드를 꺼내들어 관심이 쏠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사업 경쟁력과 오너 일가의 사회적 책임 등에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8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먼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는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사후서비스(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분할 된 모듈·AS 부품 사업은 현대글로비스와 0.61 대 1의 비율로 합병한다.
오너 일가는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체절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모두 매입하게 된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4개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끊어진다.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바뀐다.
다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양도소득세로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방안은 여러 선택지 중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자금을 조달하고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사재 출연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법률사무소, 회계법인 등과 2년여 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투자회사 3곳을 묶어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았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30여 가지 방안 중 가능성이 가장 희박하다고 봤던 것”이라며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내려놓으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 여력도 챙겼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등과 공동으로 투자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분 매입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전략적 M&A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현대차(21.0%)와 기아차(5.2%), 현대모비스(8.7%) 등과 공동으로 품었다.
이 밖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적분할이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투자회사로 분리하는 경우 완성차 사업은 반쪽이 된다”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업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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