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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오리무중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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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뿌연 미세먼지를 보면서 ‘고등어가 주범’이라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2년 전이 떠올랐다. 당시 기사들을 찾아보니 정권은 바뀌었지만 미세먼지 대책을 둘러싸고 갈팡질팡, 좌충우돌하는 정부 행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직도 미세먼지 발생원(源)에 대한 신뢰성 있는 분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미봉책 남발

한쪽에서는 미세먼지가 대부분 중국 탓이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국내 발생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국내 발생원(源)별 비중에 대한 분석도 제각각이다. 혹자는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하는데 대다수 일반인은 미세먼지가 심해져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건가.

정확한 ‘진단’이 없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만무하다. 물론 계절과 시간 그리고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 원인은 달라질 수 있어 진단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일본의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조차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체계적 대책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가고 있지만 한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책이라며 3일간 150억원을 쏟아부었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온갖 비난 속에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엊그제 환경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를 하고 공공기관 주차장을 폐쇄한 게 고작이다.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점에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정도다.

이런 비상조치가 사실상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정부 분석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월 환경부 자체 평가에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으로 줄어든 오염물질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98.5%의 미세먼지 원인은 방치한 채 그저 시민들에게 차 놓고 출근하라는 게 이번 대책이다.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라면서 차량 이용을 말라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호소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승용차가 정말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판단된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운행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 만약 그게 아니라 온통 하늘은 뿌옇고 시민의 불만은 치솟는데 가만있기 뭐해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면 당장 집어치우길 바란다. 막연히 공포만 확산시키는 정책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책 없이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만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 것부터 그렇다. 당장 개선될 기미도 안 보이는데 기준만 높이면 국민 불안만 커질 뿐이다.

30% 감축 공약 꼭 지켜지길

무조건 마스크를 쓰라는 식의 홍보도 문제다. 잘못된 마스크 착용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흉부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호용 마스크는 1회 호흡량을 줄여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포와 폐에 환기를 감소시키는 한편 심박출량 감소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 등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30%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지금부터라도 과학적인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체계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열고 필요하면 중국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미세먼지 문제만큼은 미봉책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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