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 전면전'
중국 찾은 애플·구글·IBM CEO
미국 '보호무역' 줄곧 비판하더니
중국선 심기 건들라 '쓴소리' 자제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 강동균 기자 ] 지난 2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지니 로메티 IBM CEO 등 미국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포럼은 중국 정부가 매년 세계 정·재계 고위 인사들을 초청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중국 고위 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여서 각국 경제계 리더가 대거 몰려든다. 올해 포럼은 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이 본격화한 시점에 진행돼 이들 CEO의 발언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이 줄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해온 데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해지면 미국 IT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점을 생각할 때 중국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낼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 갈등과 관련한 미국 기업인들의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올해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은 쿡 CEO는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는 사업하는 나라의 정부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나의 믿음은 1 더하기 1은 3이라는 것이고, 협력할수록 파이는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침착한 쪽이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피차이 CEO와 로메티 CEO는 ‘중국 정부에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이 구글 접속을 차단하는 등 적잖은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참석자들은 미국 기업인들이 중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보호무역은 미국에 상처만 줄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던 이들 CEO가 중국 정부에는 눈치를 보느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업체에 밀려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자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애쓰고 있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애플의 전체 매출은 15% 정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년 만에 중국 시장 재진출을 추진 중인 구글 역시 중국 정부의 심기를 신경써야 하는 처지다.
반면 러우지웨이 전 중국 재정부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정부에 더욱 강력한 보복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너무 약하다”며 “내가 정부에 있었다면 우선 콩을 겨냥하고, 다음은 자동차와 항공기를 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kd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