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J. 베이커 - 前 FBI 특수요원
9.11테러 이후 FBI
정보 수집 역할 강화하다보니 전통적인 법 집행 기능 약화
정보기관처럼 추정과 추측에
의존하는 조직문화 생겨나
정치화된 FBI 문화 쇄신 필요
헌법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美국민의 기대에 맞게 일해야
[ 양준영 기자 ]
2016년 이후 미국인들은 한때 세계 최고의 법 집행 기관으로 여겼던 연방수사국(FBI)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FBI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아 33년간 일한 필자로서는 신뢰의 위기를 겪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그동안 철저히 감춰진 많은 잘못이 드러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9·11 테러 이후 나타난 조직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9·11 테러 당시엔 정당화된 여러 이유로 인해 FBI는 정보 중심의 조직이 되려고 했다. 이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FBI의 문화는 법 집행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법 집행 기관은 사실을 다룬다. FBI 요원들은 이에 대해 법정에서 선서해야 할 수도 있다. ‘공평무사의 결여’가 해고 사유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보기관은 추정과 최선의 추측을 다룬다. 추측은 법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정보기관은 정치 지도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종종 규칙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호도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FBI 안에서 정치화, 양극화가 존재하지만 법외적 요소로부터 법적 요소를 분리하는 기준은 없다.
FBI가 정보기관처럼 변한 것은 현장보다 워싱턴DC에 있는 FBI 본부로 사건 관리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본부 내 고위 인사들의 손에서 작전 결정이 내려졌다.
사건 관리가 현장에서 본부로 옮겨진 것은 9·11 테러 조사 및 관련 사안들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과 러시아의 미 대통령선거 개입 수사 때 최고조에 달했다. 물론 두 가지 사안 모두 FBI 본부에서 다뤄졌다.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문화는 사라졌다. 우리는 대(對)정보 담당 부국장보라는 비교적 높은 직위였던 피터 스트르조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두 가지 수사에서 직접 인터뷰한 것을 알게 됐다.
9·11 테러 이후 범죄 수사와 정보 조사 사이의 ‘벽’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대정보 또는 테러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 이는 FBI 문화의 일부였다. 궁극적으로 기소하기 위해 (영장 청구의) 근거가 희박한데도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FISA를 남용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는 여전히 권력 남용이다.
‘크리스토퍼 스틸 문건’에서와 같이 FISA를 적용할 때 진실을 감추는 것은 정보기관의 특성이다. “진실을 말할 것”을 맹세하는 법 집행 기관은 그렇지 않다.
FISA는 결코 미국인을 추적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요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감시의 목적은 국가의 의사결정자를 위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지, 형사 기소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미국인이 외국의 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의심받는다면, 그 사람은 형사법인 ‘간첩법’에 따라 추적돼야 한다. 이 모니터링의 결과는 법원에서 기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국 시민을 겨냥해 FISA를 적용하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권한 남용이다.
윌리엄 웹스터 전 FBI 국장이 우리 요원들에게 누차 강조했듯이, 우리는 헌법에 따라 미국인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모든 행동과 결정은 이러한 프리즘을 통해 다시 한번 검토돼야 한다. 법무부 감찰관 등은 현재 구체적인 권한 남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아마도 앤드루 맥케이브 FBI 부국장의 해임이 시작일 것이다. 맥케이브는 그의 해임에 대해 “큰 그림은 법 집행 기관이 정치에 개입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이다.
더 필요한 것은 FBI 문화의 쇄신이다. 현재의 논란이 사라지면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FBI가 정보기관 시기를 마감하고, 과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던 사실을 규명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법 집행 문화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원제=What Went Wrong at the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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