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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우주개발 파생기술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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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에어백·MRI·라식장비처럼
수많은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우주기술서 탄생
국내 관측위성 파생기술도 기대할 만해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



우주개발은 크게 태양계를 탐사하는 심우주 활동과 지구 중심의 우주개발로 분류할 수 있다. 지구 중심의 우주개발은 1990년대 이후 급성장해 규모 면에서는 항공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직접적인 산업 규모보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얻는 파생기술이 주는 경제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최근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은 다소 생소한 종목임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스켈레톤은 썰매를 배에 깔고 헬멧을 쓴 머리를 앞으로 해 고속으로 내리닫는 종목이다. 선수 안전은 오직 헬멧에 달려 있다. 헬멧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탄소섬유로 제작된다. 탄소섬유는 강화유리보다 150배 이상의 충격을 견디고 강철보다도 강하다. 컬링 경기의 중요 장비는 스톤이라는 화강암 공과 브룸이라는 빗자루다. 반소매 옷을 입은 선수들이 온 힘으로 빗자루를 문질러야 하니 빗자루는 강하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당연히 탄소섬유가 재료로 쓰인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유니폼 재료로는 아라미드섬유가 쓰인다. 넘어졌을 때 칼날 같은 스케이트 날이 스쳐도 몸을 보호하고, 수백 분의 몇 초를 경쟁하는 경기에서 유연한 활동성을 보장해준다.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 모두 우주선과 우주복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재료다.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의 동계스포츠 분야 응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와 친숙한 낚싯대, 골프채, 테니스 라켓은 물론 자동차와 선박 등 가벼우면서도 고강도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에는 특히 많은 우주파생기술이 응용된다. 내비게이션 장치는 항법위성을 응용한 장치다. 안전을 지켜주는 장치로는 에어백을 꼽을 수 있다. 에어백은 사고가 났을 때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데, 우주선 분리에 쓰이는 폭발장치가 적용된 경우다. 이뿐만 아니다. 급정거 시 브레이크 패드 파열을 방지해주는 ABS 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장치, 적응형 정속주행(ACC) 장치도 모두 우주파생기술을 사용했다. 자동차 안전기술의 원천은 거의 우주기술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우주기술이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로 의료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병원에 가면 예전에는 의사의 문진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수적이다. MRI와 CT 장치의 핵심 기술은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의 디지털 영상처리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이제는 일반화한 레이저를 이용한 라식 눈 수술장비, 심장질환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심장박동 조절장치, 적외선을 쏘는 비접촉 체온계 등이 모두 우주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이다.

몇 분야를 살펴봤는데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현대 문명의 최상위 부분은 거의 우주파생기술과 연관돼 있다. 왜일까? 우주환경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극저온과 초고온이 상존하는 무중력, 진공 상태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우주인이 생존하고 우주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일반적 환경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최고 난도의 기술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시작한 지 25년은 된다. 그런데 왜 획기적인 우주파생기술을 획득한 사례가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주파생기술은 최고 수준의 우주개발 활동 시에 획득하는 기술이지 기존 기술을 습득하는 단계에서 얻어지는 기술이 아니다. 우주파생기술을 얻으려면 해당 분야에서 세계 3위권 수준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관측위성 개발 분야의 기술 수준이 4~5위권이므로 조금만 노력하면 관측위성 분야에서 새로운 파생기술이 나올 것이다. 항법위성, 통신방송위성, 우주발사체 개발 분야는 조속히 따라가야 하는 분야인데 아직 늦지는 않았다. 이들 분야도 우주 선진국 수준의 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극한 환경과 고난도 기술 도전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우주파생기술이 탄생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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