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기 '차르' 푸틴
[ 허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76%의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네 번째 대통령직에 당선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예정된 당선이었지만 압도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독재자’란 평가를 받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비결로는 경제적 성과가 꼽힌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 정권을 잡았던 2000년 러시아 경제는 엉망이었다. 1991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옛 소비에트연방 해체를 선언한 이후 러시아는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1998년 루블화는 폭락했고 대부분 러시아은행이 파산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14년간 경제는 안정됐다. 이 기간 국민의 가처분 소득은 7배 증가했다. 고유가 덕분에 경제는 성장세를 누렸고 러시아는 주요 7개국(G7)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푸틴 대통령의 인기 뒤엔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지정학적인 논리다. 소련 붕괴 이후 냉전시기 미국과 나눠 가졌던 ‘슈퍼파워’ 지위를 반납하면서 러시아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가 영구적으로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4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두 달여 만에 푸틴 지지율은 80%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싱크탱크 스트래트포는 크림반도 병합으로 러시아인의 자신감을 되살려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 여파로 2015~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때도 푸틴 지지율이 타격을 입지 않았던 이유다.
정치학자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독일 공영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기 비결에 대해 “군사력을 강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세계의 군사적·전략적 과제를 지원하는 일에 계속 목소리를 내면서 러시아인은 푸틴 대통령을 ‘미국에 맞서 저항하고 싸우며 러시아를 드러내 주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 생활개선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과제로 돼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화살을 피해갔다는 분석도 내놨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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