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환적항 급성장에도 북항 배후 구도심은 침체
신항, 초대형 항만으로 육성
컨테이너 연 3000만개 처리… AI·IoT 등 활용 완전자동화
북항은 신해양산업 메카로
금융·비즈니스·R&D에 특화… 시민 찾는 수변공간 탈바꿈
[ 오형주 기자 ] 부산항이 개항(開港) 142주년을 맞아 스마트물류와 해양산업 중심지로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악재를 딛고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에 있는 주요 항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북항 재개발과 신항의 메가포트(초대형 항만)화 등을 담은 청사진도 나왔다.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항
부산항은 1876년 개항한 한국 최초의 국제무역항이다. 1960년대 이후 해외 기술과 차관을 도입해 컨테이너부두로 본격 개발됐다. 싱가포르항에 이은 세계 2위 환적허브이자 북중국과 일본서안의 화물이 거쳐가는 물류 중심항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
2006년에는 북항에서 서쪽으로 30㎞가량 떨어진 가덕도 인근에 신항이 개장되며 한 차례 변화를 맞이했다. 신항은 개장 이후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2년 처음으로 북항을 넘어섰다. 이를 통해 상하이항과 칭다오항 등 중국 항만의 급성장에도 세계 환적 2위를 유지하며 동북아 물류허브로서 위상을 지켜낼 수 있었다. 2016년에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2047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하며 세계 6번째로 ‘연간 컨테이너 2000만 개’를 돌파했다.
부산항이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온 북항과 신항의 ‘투 트랙’ 체제는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섰다. 북항은 일부 컨테이너부두의 생산성 저하와 대형선박 기항이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항으로 컨테이너 등 물류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항만시설 유휴화로 배후 원도심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활력 저하 문제도 북항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항 역시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항만 간 물류 유치경쟁 및 선박 대형화 등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세계 주요 항만은 선사들의 2만TEU급 초대형선 발주 경쟁에 따라 앞다퉈 대규모 신항을 개발하고 항만·터미널을 통합하는 작업을 해왔다. 무인 자동화 등 고효율·고생산성 항만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신항 터미널 완전자동화 추진
해양수산부는 이런 미래 항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항 미래비전’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부산항 신항에서 “부산신항을 2030년 연간 컨테이너 3000만 개를 처리하는 초대형 항만으로 육성하겠다”며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북항 1단계 재개발을 문재인 정부가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부산항은 앞으로 스마트 물류거점 육성과 원도심 재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진다. 신항은 2000만TEU 수준인 물동량이 2050년엔 4000만TEU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개발계획을 새로 짜기로 했다. 물류 기능의 단계별 신항 일원화와 함께 21개 선석(船席)을 2050년까지 50개 선석으로 확충한다. 새로 지을 컨테이너 부두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완전자동화터미널이 도입된다.
북항은 일부 물류 기능을 신항으로 넘기는 대신 ‘글로벌 신해양산업 중심지’를 비전으로 통합 개발한다. 해양 관련 금융·비즈니스·연구개발(R&D) 기능을 특화하고, 오페라하우스와 국내 최대 육상보행데크 등을 지어 시민들이 찾는 친수(親水)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면세점·쇼핑몰 등 테마형 판매시설과 복합리조트 등도 들어선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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