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재정비에 6000억…"실익 있나"
'그룹 매출 100조' 공격 확장에 재무부담
해외 사업 부문 수익성 제고도 과제로
[ 이유정 기자 ]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6조47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5조7778억원)에 비해 3배로 증가했다. 대한통운 등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존재감이 커졌고 동물용 사료 분야 등에서 세계 1등 제품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기업 확장과 CJ그룹의 지배구조 재정비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물류 부문 제외)의 53%를 차지하는 식품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해외사료 부문 실적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이재현 회장이 제시한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의 재무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룹 구원투수 역할
CJ그룹은 지난해 12월19일 ‘빅 이벤트’를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 지분 20.1%를 추가로 사들여 40.2%를 보유한 완전 모회사가 되는 것이다. 다음달 27일까지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소 복잡했던 지분 관계는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 구조로 단순해진다. ‘삼각합병’이라는 방식을 활용해 CJ의 CJ제일제당 지분율도 44%대로 8%포인트 가까이 높아진다.
지주회사인 CJ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등 그룹 전체적으론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CJ제일제당이 얻을 실익에 대해선 시장 반응이 엇갈린다. 지분을 취득하기 전에도 지배-종속관계였던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시너지가 더 커질 여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지분을 사는 데 6243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위해 전체 주식의 12.9%에 달하는 증자를 하면서 CJ제일제당 주가는 급락했다. 작년 11월 41만6000원까지 오른 주가는 지난달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31만9500원까지 내려왔다. CJ헬스케어를 팔아 1조3000억원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다시 살아나는 듯하던 주가는 지금도 30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외형 확장과 재무건전성의 딜레마
CJ제일제당은 그룹 이슈뿐 아니라 자체 성장을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1년 대한통운 인수를 시작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합병과 증설, 해외 M&A 등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M&A에 쓴 돈만 베트남 민닷푸드(150억원), 러시아 라비올리(361억원), 브라질 셀렉타(2200억원) 등 3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룹의 ‘맏형’으로서 그룹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너무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0년 말 약 1조4000억원이었다. 이 규모는 2013년 5조3000억원, 지난해 3분기 기준 6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이 과중한 상황에서 중장기 전략이 사업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재무적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내부 살림
공격적인 확장과 그룹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에는 CJ제일제당의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회사 이익(물류 부문 제외)의 63%를 차지하는 식품 부문 경쟁이 치열하고, 사료 부문에서 적자 해외법인도 많아졌다. 특히 밀가루와 설탕 등을 생산하는 소재식품 부문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소재식품 부문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고, 영업손실이 났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곡물 가격이 안정돼 이익이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판매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졌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중에선 자본잠식에 빠진 CJ비나푸드가 3분기 416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CJDO브라질(134억원), PT슈퍼UNGGAS자야(111억원), CJ바이오말레이시아(99억원) 등이 100억원대 분기순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CJ헬스케어 매각 등으로 여력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그룹의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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