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 감자버터구이, 뷔페식 반찬까지 "맞벌이 부부가 좋아해"
14일 수원 광교신도시의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단지. 저녁 6시가 되자 입주민들이 단지 내 상가 시설인 레이크 라운지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 유모차를 끌고온 아이 엄마, 백발의 노신사, 퇴근한 직장인 등이 음식을 받아 식탁에 앉았다. 이날 저녁 반찬은 닭볶음탕, 감자버터구이, 들깨버섯무침등 여섯 가지였다. 닭볶음탕은 식사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식당에서 조리해서 뚝배기에 담아줬다. 나머지 반찬은 보온이 된 상태로 큰 통에 담겨 있어 원하는 만큼 뷔페식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입주민들은 호수 공원이 보이는 단지 내 테라스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집으로 돌아가 ‘저녁 있는 삶’을 즐겼다. 입주민 박모씨는 “직장을 옮겨도 식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단지를 떠나지 못하는 주민이 많다”며 “맞벌이 부부인데 식사를 단지 내에서 해결하니 요리, 설거지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여유 시간이 늘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식→삼시세끼로 진화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모두 챙겨주는 주거시설이 늘어날 조짐이다.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서비스에서 진화된 모델이다. 조식만 제공하는 단지들은 몇 군데 있었다.
이것도 부족했던 것일까. 작년부터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오피스텔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는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하기 시작했다. 15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서는 광교신도시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오피스텔도 삼시세끼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피데스개발도 지난해 10월 식품전문기업 ‘SPC GFS’와 식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마쳤다. 피데스개발은 시행을 맡은 경기 용인의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와 성남의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등의 단지 내 상가시설을 제공하고 SPC GFS가 맞춤형 식단을 서비스한다.
삼시세끼 서비스는 건설사가 아니라 디벨로퍼(부동산 시행사)가 주도하고 있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승부하는 디벨로퍼들이 한 단계 진화한 서비스를 내세워 주거 만족도 높이기에 나섰다.
◆6000원에 호텔식 식사
디벨로퍼 MDM이 개발한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는 입주를 시작한 지난해부터 삼시세끼 서비스를 하고 있다. MDM은 사내 외식사업부를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비용은 6000원이다. 관리비로 부과하지 않고 식사를 할 때마다 카드 또는 현금으로 내면 된다. 식사 시간은 2시간~2시간30분이다. 아침은 7~10시, 점심은 12시~14시30분, 저녁은 18시~20시30분이다.
매일 다른 종류의 음식을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호텔급 식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침은 뷔페식이고, 점심·저녁은 메뉴를 주기적으로 바꾼다. 주말 메뉴는 8500원으로 함박스테이크, 찹스테이크 등 특식을 제공한다. 주중 저녁으로는 주로 한식을 서비스한다. 주민이 아닌 외부인은 8500원을 내면 식사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주중 하루 평균 250~300여명(3식 중복 포함)이다. 주말은 5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MDM은 서비스 공급을 위해 단지 내에 전용 264㎡ 규모의 ‘레이크 라운지’라는 커뮤니티 시설을 따로 설계했다. 입주민들이 보유한 지분이 아닌 시행사 보유 대지의 상업용지에 들어선 시설이다. 정진우 MDM 부장은 “당초 6시 오픈하던 조식 시간을 7시로 늦추고, 특식을 만드는 등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공동체 의식이 회복되는 부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MDM은 15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한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1805실)’ 오피스텔에도 같은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 단지엔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에는 없는 와인바 룸식구조 등도 도입해 호텔급으로 꾸민다.
◆인구 구조 등 트렌드 변화 공략
이들 단지가 식사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1~2인 가구 증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춘 전략이다. 구명완 MDM 대표는 “새로운 주거 서비스 도입을 위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식사 서비스 도입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장 보는 일부터, 조리, 설거지 등 식사에 들어가는 가사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거주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익을 내는 사업은 아니지만 입주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식사 서비스 제공에 대해 “신규 주거 트렌드로 자리매김할만한 대단한 진화”라며 “4차 산업혁명의 테마가 공유 경제인데, 이 같은 서비스들은 식당과 주방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만족도는 높다. 삼시세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이사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광교신도시 K공인 관계자는 “삼시세끼를 제공하는 오피스텔이 그렇지 않은 주변 오피스텔에 비해 인기”라며 “매수 희망자, 세입자들 모두 공통적으로 ‘식사 서비스 아직도 하나, 품질은 먹을만 한가’ 등의 문의를 꼭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장벽
조식 서비스는 아파트에서 먼저 시작됐다. 현재 서울에서는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리체’와 성동구 성수동1가의 ‘트리마제’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단지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삼시세끼 서비스로도 확대되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공동시설 운영을 막고 있어서다.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는 까닭에 이 같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커뮤니티 서비스 위탁업체인 SM스포츠의 유현진 본부장은 “공동주택 내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공간이 부족한데다 납품 업체들도 꺼리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수주를 위해 내건 조식 서비스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위탁업체 관계자는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시행되려면 전문업체나 입주자 대표에서 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음식, 서비스 두 가지를 입주민들이 만족할만한 품질로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이 뜨거웠을 때, 조식 서비스는 대형 건설사들이 제시한 기본 공약이었다.
다만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오피스텔은 상업용지나 준주거용지에 주로 들어선다. 오피스텔 내에 영업용 식당 개설이 가능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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