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기자의 유통 심리학 (7)
슈프림 카드·베트멍 담뱃갑…
로고 노출 마케팅 다시 유행
"매력 브랜드, 쾌감중추 자극"
[ 안재광 기자 ] 지난해 2월 미국 뉴욕의 주요 지하철역마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뉴욕 교통국이 패션업체 슈프림과 손잡고 내놓은 한정판 지하철 카드가 원인이었다. 슈프림 로고가 들어간 5.5달러짜리 카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지하철역으로 몰려들었다. 사고 위험 때문에 경찰이 출동해 사람들을 통제했다. 일부는 이베이에서 수십 배의 웃돈을 얹어 구입했다. 오직 ‘슈프림 로고’ 때문이었다.
브랜드 로고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슈프림은 벽돌에도 로고를 붙여 판매한다. 30달러짜리 슈프림 벽돌은 이베이에서 1000달러에 재판매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베트멍은 2016년 담뱃갑에 로고를 붙여 770달러(약 82만원)에 판매했는데 바로 품절됐다.
국내에선 작년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명품 로고 모양의 네일아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핀란드 브랜드인 이딸라 식기(사진)는 로고 스티커를 떼지 않고 쓰는 사람이 꽤 많다.
3~4년 전만 해도 패션업계에서 로고를 크게 넣는 것은 ‘촌스러움’을 뜻했다. 요즘은 다소 과해 보일 정도로 로고를 크게 노출하는 옷, 액세서리가 인기다. 마케터들은 이를 ‘로고 플레이’라고 부른다. 로고 플레이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경향과 맞물려 화두가 됐다. 복고 열풍 속에 과거 브랜드 노출을 중시한 시대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인식하는 브랜드를 소유하거나 봤을 때 뇌의 쾌감중추가 자극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행복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도 밝혀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제품이 있다면 스스로 행복을 느낄 뿐 아니라 ‘유행 좀 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과하면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자의식이 미숙한 사람일수록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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