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오히려 급여가 줄면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보조 일자리를 구하려는 시급제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한경 3월12일자 A1, 3면). 영업시간을 단축해서라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음식점과 카페, 마트, 주점 등 소규모 자영업소가 많아지면서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시급 6500원에 하루 9시간씩 한 달에 25일을 일하면 식대와 기타 수당 등을 합쳐 17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시급이 7600원으로 올랐지만 근무시간이 하루 6시간으로 줄면서 월급이 140만원으로 되레 감소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생계형 투잡(two job)’을 뛰지 않고서는 작년만큼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직원 채용 자체를 줄이려는 곳이 많아 ‘투잡’을 위한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종업원 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응답한 대로 서민 일자리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에 따른 이 같은 부작용은 ‘잘못 설계된 제도와 법이 가져온 혼란’의 단적인 사례다. 면세점 사업권 기한이 느닷없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면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연간 1조5000억원 넘는 경제적 손실을 일으켰던 것과 같다. “면세점은 대기업들만 참여하는 분야라서 특혜를 줄인다”는 잘못 설계된 정치 논리가 부른 참사였다.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시장경쟁 약화 등의 부작용을 낳았고 지난해 결국 폐지됐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최저임금 급속 인상뿐만 아니라,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될 때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입게 될 월급 감소를 걱정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정책 취지와 무관하게 사회적 약자 계층의 임금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먼저 축소되는 부작용에 대한 경제 현장의 생생한 하소연들이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잘못 설계된 법과 제도가 부르는 사회적·경제적 억압은 제도와 법의 부재가 초래하는 혼란보다 훨씬 해로울 때가 많다. 법·제도 만능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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