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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매일 3건씩 강제 할당… 접수기관 반발 부른 일자리안정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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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안정자금 무리한 실적 채우기

근로복지공단 등 공공기관 직원들 집단행동

全부처 장·차관 홍보에도 신청 50% 밑돌아
"사업장 뺏어오기 경쟁… 중복 접수 수두룩
보여주기식 실적 압박에 본업도 제대로 못해"



[ 김일규/심은지 기자 ]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세금으로 민간업체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접수를 맡은 공공기관 직원들까지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 부처 장·차관 ‘총동원령’에도 신청률이 저조하자 ‘접수기관 직원 1인당 매일 세 건씩 받으라’며 무리한 목표 채우기식 압박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외면하는 정책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접수하는 기관은 주무기관인 근로복지공단 및 보조기관인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이다.

◆“한 명당 하루 세 건 받아와라”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최저임금 인상 안착을 올해 초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 늘리기가 모든 부처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전 부처 장·차관들은 물론 청와대 정책 참모들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영세업체를 찾아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신청률은 저조했다. 1월까지 신청률은 1%에 불과했다. 고용보험 가입 등 까다로운 지원요건 때문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급기야 신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접수기관 직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 기관 직원의 설명이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직원은 “직원 각자 ‘n분의 1’로 맡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약 8000명,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대상자가 약 24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한 명당 300명씩 신청을 받으라는 얘기였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보공단과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였다. 주무기관이 아니지만 같은 부처 산하에 있다 보니 서로 실적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 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보다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는 15일까지 11만 건을 채우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목표를 채우려면 본업을 제쳐놓고 전국 사업장을 돌아다녀야 할 판”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경영진으로선 실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관리자급 직원은 한 명당 하루 세 건씩 받아오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사업장 놓고 중복 경쟁

접수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다 보니 같은 사업장을 놓고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껏 접수해 시스템에 입력하려고 보니 근로복지공단이 먼저 접수해 입력한 사업장인 사례도 있다”며 “접수 현황이 서로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중복되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제한된 신청 대상자를 놓고 3개 기관이 서로 뜯어먹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접수기관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보공단은 주무기관이 아닌데도 정부 사업에 동원되면서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기관 직원은 급기야 인력과 예산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안정자금이 한시적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인력을 늘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각 기관이 경쟁을 벌이면서 지원요건이 안 되는 사업장도 일단 접수부터 하는 식의 ‘허수 신청’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어떤 정부 사업이든 신청한다고 다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심사를 해서 요건이 안 되면 탈락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리한 추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아직 50%를 밑돌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정책을 엉성하게 설계하다 보니 수요자는 외면하고 공급자만 안달이 났다”며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정비해 중복 신청을 막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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