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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이슈] 佛 마크롱 대통령 '노동개혁' 거침없는 질주… 귀족노조가 장악한 국영철도 구조개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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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病'개혁 시험대

평생 고용·조기퇴직 연금혜택 등
국영철도 노동자 혜택 축소안 발표
노조는 오는 22일 총파업 가능성

강성노조 철도개혁 번번이 실패
"英 대처 때 광산노조 개혁과 비슷"



[ 허란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철도노동조합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누적 부채가 500억유로(약 66조원)에 달하는 국영철도공사(SNCF)에 대해 노조원의 평생고용 보장과 조기퇴직 연금 수령 혜택 등 특권적 지위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철도 기관사들은 막강한 노조의 힘과 파업을 무기로 역대 정부에서 철도 부문 개혁은 물론 전체 복지·연금 개혁을 저지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강성 노조가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것을 ‘프랑스 병’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마크롱의 철도개혁을 1980년대 중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펼친 광산노조와의 전면전에 비유했다.


노동자 혜택 축소 개혁안 공개

주요 외신들은 이날 마크롱 행정부가 SNCF 노동자의 혜택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공개하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철도 상황은 우려스럽고 옹호될 수 없다”며 “철도를 이용하든 안 하든 프랑스 국민은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서비스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개혁안에는 SNCF 근로자들이 누려온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평생고용 보장, 하루 일곱 시간 근무제, 50대 조기 퇴직 시에도 연금 수령 혜택 등 각종 특혜를 겨냥한 것이다.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 일단 신입사원에 한해 이 같은 특혜를 없애기로 했다.

필리프 총리는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500억유로에 달하는 누적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통제를 받는 자율적인 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한 경영개선 보고서에 포함됐던 농어촌지역 군소 노선 폐지는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제외하기로 했다. 마크롱 행정부는 의회 표결 절차를 피하고 여름까지 개혁을 강행하기 위해 행정명령 형태로 이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NCF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오는 22일 총파업에 합류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프랑스 제2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로랑 브룅 위원장은 “정부가 계획안을 철회하도록 한 달간 파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佛 철도노조, 애국자에서 ‘귀족노조’로 변질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노조에 회유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 철도 개혁안은 특권적 노조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바뀐 것을 계산한 행보라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철도노조는 농업인과 함께 전통적으로 애국자라는 평판을 누렸다. 하지만 고속철 출범에도 철도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이용자의 불만은 높아졌고, 근로자 특혜에 대한 반감도 쌓여갔다.

마크롱 대통령의 철도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SNCF 근로자 특혜를 없애려고 시도했지만 철도노조 파업으로 포기했다. 2007년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특혜를 폐지하겠다던 공약을 포기했다. 철도 기관사들은 1995년 복지개혁과 2010년 연금개혁을 저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세력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마크롱 대통령의 철도개혁은 정치적인 상징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다.

마크롱, 지지율 하락에도 개혁 행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도 이번 개혁의 성공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호의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설문을 한 입소스에 따르면 실업률 감소 등 거시경제 지표 개선이 중산층과 노동자층 사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구매력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BVA의 여론조사에서도 세제 개편으로 연금 소득자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마크롱 대통령 비(非)지지자들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깎아 내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세에도 과감한 개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일에는 엄격해진 이민법안을 발의해 인권단체와 좌파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 10만여 명이 프랑스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 5년간 12만 명 감축을 핵심으로 한 공무원 구조조정 추진도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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