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TV 홈쇼핑 '대세'
GS샵-손정완, 주문액 3000억
정구호와 손잡은 현대홈쇼핑
1년6개월 만에 1100억 돌파
'디자이너 콜라보 원조' 송지오
CJ, 10년 넘는 장수 브랜드로
젊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호평
[ 류시훈 기자 ]
요즘 TV홈쇼핑업체에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회사는 반 정도는 패션기업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4대 홈쇼핑의 지난해 패션·잡화 주문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홈쇼핑업체들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자사 단독상품으로 기획해 선보이고, 고급 원단이 있는 곳이면 해외 어디든 찾아나서며 프리미엄 상품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특히 유명디자이너와 손잡고 내놓은 협업 브랜드들은 패션이 TV홈쇼핑의 대세가 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홈쇼핑 옷은 싸구려” 인식 바꿔
10년 전만 해도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패션 상품은 품질이 그저 그런 저가 상품으로 취급받았다.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해 고급화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과제였다. GS샵은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손정완 씨를 찾아가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는 세컨드 라인을 함께 만들자”고 3년여간 설득했다. 손 디자이너는 “가장 대중적 유통채널인 홈쇼핑을 통해 평범한 여성도 자신의 옷을 입게 되면 좋겠다”며 GS샵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2년 11월 GS샵과 손 디자이너가 협업한 ‘SJ와니’가 첫 방송을 탔다. 손씨가 기획과 디자인을, GS샵이 브랜딩과 판매를 담당한 SJ와니는 첫 방송에서 준비한 재킷 3500개가 16분 만에 매진됐다. GS샵은 9일 SJ와니의 누적 주문액이 3000억원, 주문 고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출시 5년4개월 만의 성과다. GS샵은 이를 기념하는 특집방송을 오는 12일 오전 7시15분부터 130분간 내보낸다. 올봄 시즌에 맞춰 6개월 전부터 기획한 신상품을 선보인다.
SJ와니의 최대 히트상품은 ‘사브리나 팬츠’다. 사브리나 팬츠는 1954년 개봉된 영화 ‘사브리나’에서 여주인공 사브리나 페어차일드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이 몸 라인에 꼭 맞게 재단된, 발목이 살짝 보이는 지방시 바지를 입으면서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백화점 등에 있는 손 디자이너 매장의 대표 제품 역시 사브리나 팬츠였다. 손 디자이너는 처음엔 백화점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TV홈쇼핑에 내놓는 것을 주저했다. SJ와니 브랜드로는 상의만 팔고 싶어했다. GS샵은 ‘웃옷은 있는데 왜 바지는 없냐’는 소비자 요구를 전하며 또다시 손 디자이너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2015년 SJ와니 브랜드의 사브리나 팬츠 판매가 시작됐고, 사브리나 팬츠는 지금까지 13만 개가 판매됐다.
J BY, 지오송지오 등도 인기
GS샵뿐 아니라 다른 홈쇼핑방송에서도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홈쇼핑에선 정구호 디자이너와 협업해 2016년 3월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 ‘J BY’의 돌풍이 거세다. 런던 투피스, 브리티시 쉬크 정장 등 대표 상품을 앞세워 1년6개월 만에 1100억원의 누적 주문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과 정 디자이너는 제품기획과 같은 통상적인 협력을 넘어 방송 연출, 쇼호스트의 멘트, 세트 구성 등 세밀한 부분까지 같이 논의한다.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인 정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방송 세트를 집, 호텔과 같은 분위기로 연출하기도 했다.
CJ오쇼핑의 패션 브랜드 ‘지오송지오’는 TV홈쇼핑과 유명 디자이너 간 협업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2003년 송지오 디자이너와 협업해 출시한 지오송지오는 작년 말까지 5530억원의 누적 주문실적을 기록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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