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5월 만난다
김정은 잇단 '파격 카드' 왜
'핵무력 완성' 자신감?
미국과 협상서 유리 판단한 듯
회담 통해 경제위기 극복도 노려
트럼프 취향 저격?
중간선거 앞둔 미국 정치상황
주목 받기 좋아하는 트럼프 의중 파악 분석도
[ 정인설/김기만 기자 ]
불과 두 달 전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그것도 본인 입으로 “노망난 미국 늙은이”라고 지칭하며 ‘말폭탄 전쟁’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만남을 먼저 제의했다.
김정은이 이런 파격 제안을 한 배경이 뭘까. 북한 경제를 옥죄고 있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김정은은 연초 신년사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등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읽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재 압박으로 경제위기 몰린 北
북·미 정상회담 제의를 대북제재 극복 카드로 보는 시각은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 비롯한다. 2년 전만 해도 북한은 승승장구했다. 2016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3.9%로, 한국(2.8%)보다 높았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하기 시작한 작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16억달러로 1년 전보다 37% 감소했다. 역대 최대이던 2013년(30억달러)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미국의 해상 봉쇄를 포함한 대북제재가 계속되면 올해 북한의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의 6%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정은이 본인과 북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강화 같은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적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북핵 문제를 풀면 단숨에 세계 평화에 기여한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핵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했다는 것은 ‘노벨평화상 받으러 오세요’라는 제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수교까지 가나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기까지 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우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둘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미사일 도발을 안 한다’고 약속하고,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를 유예한다’ 정도의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탐색적 대화 없이 곧바로 5월에 보자고 한 것을 보면 물밑대화를 통해 이미 여러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며 “가장 유력한 통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협상 메뉴도 관심사다. 북·미 수교와 평화체제 전환, 주한미군 철수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김동엽 교수와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 깜짝카드의 1막이 북·미 정상회담이었다면 2막은 북·미 수교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와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수교나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적대국가와 수교한 사례가 없고 수교 전에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가 양국 협상의 핵심 변수라는 데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남 교수는 “비핵화라는 총론을 세웠다 하더라도 각론을 담는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그걸 북한이 이행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정인설/김기만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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