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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서 사랑 빼면 뭐가 있을까… 붓끝에서 번진 '행복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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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인기화가 이수동 씨 노화랑서 개인전


[ 김경갑 기자 ]
‘화단의 로맨티스트’ 이수동 씨(59)는 1959년 대구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막내인 덕에 그림에 대한 집안 반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대회에 나가 상 받아 오는 아들을 부모는 자랑으로 여겼다. 부모의 든든한 후원과 가르침은 감성의 텃밭을 풍요롭게 했다. 요즘도 예술가의 길에 막막함이 느껴지면 그때를 떠올린다.

7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막한 ‘이수동-다시 봄봄봄’전은 40년 죽어라 그림에만 매달린 전업 작가의 감성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가를 입증했다. 1층과 2층 전시장을 채운 60여 점의 ‘감성그림’은 문학적 상상력과 회화적 에너지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로 융합한 근작이다.

이씨는 “이번 신작은 정치·사회적으로 혼탁하고, 경제적으로 부대끼는 삶에서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작업실 인근 도로를 수백 번 걸으며 생각하고, 풀 냄새 나는 공원 길을 따라 음악을 듣고, 때론 책과 신문을 읽으며 옛 추억을 되살리는 식이다. 그런 애틋한 감성의 축적을 일일이 메모해 그림에 차곡차곡 담아내는 일이 소중하다고 했다.

영남대 미대를 졸업한 이씨는 2000년 KBS 드라마 ‘가을동화’를 비롯해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의 타이틀 글씨를 그림처럼 방실방실하게 쓴 작가로 알려지면서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전시회 때마다 컬렉터들이 몰렸고 ‘완판(완전 판매)’이 이어졌다. 2007년 6월 체코 카를로비 바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민병훈 감독의 영화 ‘포도 나무를 베어라’의 포스터를 제작해 최고의 영화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는 화업 40년 내내 사람들이 잃어버린 사랑과 추억을 화면 위로 불러오는 ‘행복 기술자’ 역할을 자처했다. 사람들의 아름다운 향기만을 골라 화면 깊숙이 채워넣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을 ‘행복 미학’의 극점으로 몰아붙이는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그림을 구상할까.

그는 자작나무 숲길을 걷는 남녀, 흰눈이 쌓인 숲속의 여인, 달빛 아래 속삭이는 연인, 구름과 꽃이 있는 풍경 등 인간의 감성적인 상황에 눈길을 돌린다. 작품의 주제가 뭐냐고 물으면 ‘사람 냄새나는 스토리’라고 당당히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얀 캔버스이지만 색감들이 서로 왔다 갔다 하며 자연스레 소통하기 때문이란다.

“제 작업은 여유롭고, 저 또한 한가로워 보통 사람들의 감성을 쉽게 승화시키길 원해요. 제가 만든 작품은 소설이나 시처럼 여운이 묻어 있습니다.”

작가는 문학적 감성과 회화의 상상력은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미학적 기계들이지만 두 기계는 서로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상호 협조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단순한 외적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니 만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사랑과 추억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죠.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어요.”

그는 “아무래도 사랑은 삭막한 현실에다 풀이나 강력 접착제로 정성껏 붙이고 싶은 꿈속의 벽지 같은 모양”이라며 “그 꿈속의 벽지가 바로 내가 그린 그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작품 앞에서 던진 한마디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하필 사랑과 꿈, 추억, 설렘에 관심을 갖는 이유요? 막힌 것을 뚫어주기 때문이죠.” 전시는 오는 30일까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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