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가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맞보복을 밝힌 데 이어, 중국도 대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EU, 중국이 일제히 무역전쟁에 빠져들 경우 이들 지역이 주요 수출시장인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물론 정부의 비상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국가 간 관세 보복전이 벌어지면 기업이 종래의 수출 패턴으로 버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현지투자로 전환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지금의 보호무역 추세에 비춰볼 때 기업이 현지투자를 택하더라도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보호무역은 대개 ‘자국 제품 우선주의’와 맞물리는 경향이 있어, 고객 충성도가 웬만큼 높지 않은 외국 제품은 현지에서 생존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시장전략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일본 기업이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폈던 브랜드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혁신다운 혁신만이 소비자의 반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연구개발(R&D)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보호무역에 대응한 기업의 선택은 글로벌 분업체계의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무역의 무게중심이 현지투자 쪽으로 쏠릴 경우 기업이 국내에 어떤 기능을 남기느냐가 일자리는 물론 향후 산업정책 측면에서 큰 변수다. 현지투자 과실이 국내로 환류해 R&D, 신산업 투자 등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적극 유인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신산업 규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새로운 ‘무역-산업 연계전략’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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