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 하늘땅한의원 원장 >
《조선왕조실록》 태조 7년 8월26일의 기록을 보면 태조가 ‘병이 심하여 토하고자 하였으나 토하지 못하였다’고 돼 있고, 이어서 ‘어떤 물건이 목구멍 사이에 있는 듯하면서 내려가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임금의 목에 걸렸던 것일까?
답부터 말하면 뜻밖에도 “아무것도 없었다”가 정답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 보면 이때는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 날이었다. 태조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 등 개국공신들이 이방원에 의해 참살된 때였다. 태조는 이 소식을 듣고 난 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목에 이물감이 있는’ 증상을 호소했던 것이다. 즉 실제 목에 뭐가 걸린 것이 아니라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실제 목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이물감이 드는 증상을 ‘매핵기(梅核氣)’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을 보면 ‘목에 매화나무 열매나 솜뭉치 같은 것이 맺혀 있는데, 삼켜도 삼켜지지 않고 뱉어도 뱉어지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태조가 호소한 증상과 일치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함을 느낀다고 돼 있다.
이렇게 실제 인체 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매핵기의 특징이기 때문에 비슷한 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이나 ‘후비루’ 등과는 감별 진단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시경이나 엑스레이 등의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역설적으로 병원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아서 매핵기를 의심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일곱 가지 감정 상태가 과잉 작용할 때 담(痰)과 울결(鬱結)돼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매핵기의 원인이 스트레스 과잉임을 얘기해주는 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히스테리 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습관적으로 ‘음 음’ 하고 소리를 내는 ‘음성 틱’과도 관련성이 있어, 이 질환이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신경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핵기는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는 매핵기가 있을 때는 함부로 성내지 말며, 차가운 물을 피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기본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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