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 높아지면
폐암·심혈관질환 등 유발
KF80 이상 마스크 꼭 써야
[ 임유 기자 ]
미세먼지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예전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쯤은 미세먼지를 들이마셔도 괜찮다고 방심하지 않는 게 좋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1㎛는 100만 분의 1m) 이하인 먼지다. 입자 지름 2.5㎛ 이하면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주로 자동차, 공장, 황사 등에서 나온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체내를 돌아다닌다. 0.5~5.0㎛ 크기의 미세먼지는 폐포를 통해 혈관이나 임파선에 침입한다. 0.5㎛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폐포에 붙는다. 이렇게 몸 속에 남는 미세먼지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폐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 교수팀이 2014년 서울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미세먼지가 많아질수록 폐 기능이 나빠졌다. 이 교수는 “노인은 최대로 내쉴 수 있는 호흡량이 1분에 300L 정도인데 미세먼지가 10㎛/㎥ 늘면 3.56L 줄고 초미세먼지가 10㎛/㎥ 늘면 4.73L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아동이 다른 지역 아동보다 폐 기능 장애를 겪을 확률이 5배가량 크다는 연구도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폐암의 원인으로도 미세먼지가 자주 지목된다. 미세먼지는 폐에 깊숙이 침투해 폐포에 흡착한다. 미세먼지는 폐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등을 함유한다. 미세먼지의 해로운 성분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면 폐포가 손상돼 심하면 회복하기 힘든 기류 제한(호흡에 막힘이 있는 증상)이나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세먼지는 심장 건강도 해친다. 미세먼지가 폐포를 거쳐 혈관으로 들어가면 협심증과 허혈성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나승운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팀은 대기환경지수가 ‘나쁨’(미세먼지 농도 72시간 기준 평균 85㎛/㎥ 이상)일 때 협심증 발병률이 ‘좋음’(25㎛/㎥ 이하)일 때보다 25%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 교수는 “여성, 65세 이상 고령자, 고혈압 환자에게서 협심증 위험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혈액을 끈적하게 해 혈액순환을 저해하고 심근경색, 심부전 같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지만 불가피하게 나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KF80 등급 이상의 황사·방진 마스크가 여과 기능이 뛰어나다. KF80은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막는다는 뜻이다. KF80보다 성능이 우수한 KF94, KF99도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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