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0만원 투자사, 시총 1500억대 기업 삼키려다…
[ 하헌형 기자 ]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가 시가총액 1500억원대 기업을 인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코스닥 상장사)는 최대주주인 중국 쑤닝유니버설미디어가 보유 주식 700만 주(15.74%)를 엘랑비탈에 매각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2일 공시했다. 엘랑비탈은 280억원의 인수 대금 가운데 잔금 240억원을 지난달 말까지 지급하지 못했다.
투자자문사로 알려진 엘랑비탈은 지난해 설립된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다. 이 회사가 레드로버 인수에 나서자 회사 측과 최대주주인 구성회 씨가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레드로버 관계자는 “엘랑비탈에 대한 정보를 쑤닝유니버설미디어 측에 문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엘랑비탈의 레드로버 인수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뒤 레드로버 주가는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엘랑비탈이 쑤닝 측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뒤 넘겨받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시장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를 당해 인수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엘랑비탈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고 140만 주를 받았다.
레드로버는 2014년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국산 애니메이션 ‘넛잡’ 등을 제작한 회사다. 레드로버는 이날 200원(5.39%) 하락한 351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3510원)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561억원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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