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시주석이 작년 당대회 직후 만나
임기제한 철폐 전하자 단호히 반대"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사진)의 강력한 반대에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에 100명에 가까운 중국 안팎의 저명학자가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2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직후 새로 선임된 최고지도부 전원과 공산당이 탄생한 상하이를 방문했다. 이때 비밀리에 당 원로인 장 전 주석을 만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의사를 전달했지만 장 전 주석은 “절대 안 된다”며 단호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당 관계자를 인용, 시 주석이 임기 제한 철폐를 고집하는 것은 집권 이래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당·정·군에 포진한 정적들을 축출한 데 대한 불만이 커져 5년 뒤 퇴임하면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공개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학생 지도자 왕단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인민에게 중대한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장을 지낸 옌자치 등 100명에 달하는 중국 안팎의 저명학자가 참여했다.
유명 중국 기업인 왕잉파도 성명을 통해 “공화국 제도는 중국 인민이 100년간의 투쟁으로 쟁취한 이상이자 집권당의 약속”이라며 “개헌 추진은 (인민에 대한) 배반이자 역사의 퇴행이다.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청년보 산하 잡지 빙뎬의 전 편집자 리다퉁은 다음달 5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하는 55명의 베이징 인민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개헌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해외 언론들도 개헌 추진을 ‘독재정치’나 ‘절대권력’ 등으로 표현하면서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이 마오쩌둥(毛澤東) 1인 독재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서방도 나름의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무장 경찰을 베이징과 허베이성 곳곳에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에서 ‘동의하지 않는다’ ‘이민’ ‘비행기에 탑승하다’ 등의 검색어가 차단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날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은 세계 각국의 반중 정서를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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