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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글로벌 사슬로 얽힌 미국·중국 경제… 전면적 무역전쟁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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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호무역 조치에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늘어
통상을 정치나 외교에 이용하는 건 중국이 훨씬 심해
양국간 통상마찰로 한국에 '불똥'…산업 경쟁력 높여야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 오춘호 기자 ]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마찰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통상법상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활용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질세라 미국 농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등 고강도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 무역 마찰은 항상 있어 왔으며 한 차례 야단법석만 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모두 통상을 정치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양국 간 싸움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국가라는 보고도 있다. 미·중 간 무역마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무역으로 성장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널리 알려진 류허 재경영도소조 주임이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그는 3월2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미국 경제계 인사들을 만난다. 며칠 전 시 주석이 헌법을 개정해 장기집권 가능성을 열면서 중국이 시끌벅적하던 터다. 그 와중에 시 주석은 그의 최측근을 미국에 보낸 것이다. 시진핑으로선 미·중 통상마찰 해결이 급선무다. 미국 상무부가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며 철강과 알루미늄의 무역규제 방안을 내놓은 게 도화선이었다. 태양광도 미국 무역 규제의 대상이 됐다.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도 규제에 막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투자 관계에 대한 오류를 시정하는 게 정권의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을 반복한다. 미국의 사실상 ‘적’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은 통상 전쟁의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의 對美흑자 작년 2758억弗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늘고 있다. 지난달 중국 관세청이 발표한 무역통계에서 2017년 대미 흑자액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2758억달러였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석유나 석탄 수입 등을 대폭 늘렸지만 미국 경제의 호황이 결국 수출 확대를 가져왔다. 중국의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14배나 늘었으며 천연가스 21배, 석탄은 무려 3600배 늘었다. 전체 수입액도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은 이 같은 수입을 모두 상쇄했다. 전기제품 수출이 27%, 장난감류가 14% 증가했다. 결국 전년보다 더 큰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무역흑자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나 된다.

더욱 재미있는 대목은 스마트폰이 가장 수출이 많은 품목이라는 점이다. 애플 등이 부품을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이다. 중국 무역흑자의 60%를 중국에서 활약하는 외자기업들이 벌어 간다는 중국 상무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미 흑자는 철저한 산업 논리에서 나온다. 결국 미·중의 경제 구조와 산업 경쟁력의 차이다. 글로벌 가치사슬로 얽혀있는 양국 경제다.

트럼프가 대중 적자에서 문제 삼고 있는 품목의 하나인 철강은 휴대폰 수입의 6%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광도 그렇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들 품목을 강조하는 이유는 트럼프 지지 기반인 ‘러스트지역’의 산업 기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트럼프는 무역이 경제를 넘어선 정치 외교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정치와 통상을 패키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中 조립 스마트폰 對美수출 1위

통상을 경제를 넘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국가는 오히려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통상 수단으로 해결하려 했다. 2010년 노르웨이가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인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 같은 해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은 중국인들의 일본 관광 금지와 희토류의 대일 수출 금지로 맞대응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금지했으며 한국 제품의 수입 또한 줄였다. 통상을 정치에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집권 이후 中도 보호주의로

중국은 미국산 수수에 대해 덤핑과 보조금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지난 1월28일에도 미국 에테르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앞으로도 계속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재하기 위해 관리당국의 허가 및 서류 처리 지연 등 눈에 띄지 않는 조치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실현한 이후 중국은 제도와 규제 등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1인 집권 체제에서 발달하는 건 관료주의요 요식 행위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통상과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뜩이나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사회적 경제를 시행하고 국유기업 등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국내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만큼 내치에 신경을 쓰면서 보호주의 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채드 보운 미국 피터슨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조사 중인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대한국 수입의 6배 이상이지만 2016~2017 상반기까지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중국 16건, 한국은 12건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반덤핑 규제 21건 중 14건(67%)이 중국과 동일 품목이다. 중국 규제 이후(또는 동시)에 한국산을 규제한 건수도 10건(48%)에 이른다. 한국의 산업 구조가 중국과 비슷해서다.

중국 또한 무역 규제로 한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이 한국 제품을 대상으로 통보한 기술장벽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185건, 2009년 201건 등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술장벽은 상품 교역에 장벽이 되는 것을 미리 통보하는 절차다.

美 철강 규제 오히려 손해일 듯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은 자기들이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려고 할 때 심해지고 리스크는 커진다. 특히 이들 국가는 상대의 하이테크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선 이들 국가를 상대하는 게 고달픈 일이다. 하지만 무역은 정치 논리보다 시장 논리로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철강을 규제하면 관련산업이 시들게 마련이다. 장난감 등 소비재를 막으면 물가만 올라간다. 결국 시장에서 승부할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많이 확보하는 게 한국이 갈 길이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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