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이 답이다 (2) 스마트 인프라가 도시 경쟁력
일본 '스마트타운 '가속
친환경·의료·신산업 창조 등
테마별로 도시재생에 접목
세계 각국 벤치마킹 잇따라
미국·영국 등도 인프라 투자 나서
ICT 활용한 인프라 구축
하드웨어 재건만으론 한계
자율차·IoT 등 첨단기술 통한
인프라 혁신이 도시재생 열쇠
한경·건설산업연구원 공동기획
[ 김형규 기자 ]
일본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55㎞ 떨어진 가나가와현 ‘후지사와 지속가능 스마트타운’. 3000여 명(1000가구)이 거주하는 이곳은 2008년까지만 해도 전기기기 제조업체 파나소닉의 TV공장(19㏊) 부지였다. 파나소닉이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가져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형 스마트타운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도시재생을 통해 스마트타운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파나소닉은 ‘100년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열 빗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단지 내 모든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게 기본 방침이다. 탄소배출과 물 사용량은 각각 70%와 30% 줄였다. 자전거와 차량 공유 서비스도 갖췄다. 복합문화공간에는 창업공간도 마련했다. 커뮤니티센터에선 각종 마을 행사를 열고, 관리사무소에서는 교통 전력 등 각종 기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환경 미래 마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명소”라며 “국내 도시재생에도 스마트 인프라 기술을 접목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스마트시티로 도시재생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도 구도심에 스마트 인프라를 접목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국가 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까지 6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4830억파운드를 투자해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학교 병원 교도소 등의 첨단화와 함께 대규모 주택재건사업도 포함돼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교통 부문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연방 운송 인프라 계획’을 수립했다. 총 2696억유로를 투자한다. 미국도 스마트 인프라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작년부터 2020년까지 305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일본은 스마트 인프라를 접목한 스마트시티를 수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종합부동산업체 미쓰이부동산이 함께 스마트시티로 재생 중인 지바현 ‘가시와노하’ 등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는 2014년 1단계 사업을 완공한 데 이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구 2만6000명 유입을 목표로 복합상업시설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공생도시’ ‘건강장수도시’ ‘신산업창조도시’ 등 세 가지 테마 구현이 목표다. 태양광발전, 축전지, 열병합발전설비 등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다. 주민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순으로 인접 상업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받는다.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소, 지바대 예방의학센터 등이 참여해 마을 건강 연구소 등 예방 의학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거주자의 활동량 등 건강 정보는 인근 병원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시에서 받은 손목 밴드형 활동량계를 통해서다. 산학 연계를 통해 의료분야 벤처기업도 육성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모범 사례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 지방자치단체와 연구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ICT 접목해 도시 인프라 제어
선진국들이 도시재생에 스마트 인프라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인프라가 도시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 확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탄생하는 스마트시티는 높은 공공서비스 수준을 갖춘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에너지, 교통, 상하수도, 빌딩 등을 제어할 수 있어서다. 시설물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기 편리해 교통, 전력 등 다양한 도시 문제에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이승우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개선 없이 하드웨어만 재건해서는 지속성을 갖출 수 없다”며 “국내 도시재생도 재건축·재개발 수준을 넘어 스마트 인프라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인프라를 접목한 스마트시티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인프라는 미래 먹거리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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