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앙리 플라망드 < 영국 맨그룹 최고투자책임자 >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강세장이 2월 초 폭락세로 흔들렸다.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고 세계적인 통화완화정책이 종료되며 자본조달 비용을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지난번 칼럼(본지 1월23일자 A34면 참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최근 주식시장의 매도세는 상승 사이클의 마지막 다섯 번째 파동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위험수역’이 가까워졌다는 점을 시장에 상기시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최근 조정이 강세장 마무리 국면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만간 닥쳐올 지진의 전조와 같은 떨림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동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원유나 금속류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들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2월 초 증시 폭락 '지진'의 전조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금속과 광업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지만 원유와 원유 관련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유가 인플레이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투자처가 돼 줄 것이라는 믿음을 맹목적으로 고수한다면 이번 사이클이 이전과는 현격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놓치고 마는 셈이 될 것이다.
리플레이션(점진적 물가 상승) 시기에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는 원자재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다. 맨그룹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이런 거래량의 일정 부분은 거시경제 변수나 시스템 트레이딩 또는 다른 모멘텀(기회)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유에 대한 투기적 관심 정도와 그 방대한 규모는 투기적인 투자로 가격이 상승하고 원유에 대해 좀 더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면서 다시 또 가격을 상승시키는 ‘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수는 있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이런 자금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원유에 대한 수요가 커 보이지만 일각에선 북반구의 겨울이 유난히 추우면 시야를 흐리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 능력도 견조하며 최근의 가격 인상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원유와 금속의 주요 차이점이 있다. 셰일 원유는 물론이고 원유산업 전반에서 이른바 ‘쇼트사이클(단기 순환주기)’ 시추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금속·광업은 수요 탄탄
금속과 광업에 대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전망은 원유업종보다 더 긍정적으로 본다. 최근 금속류업종에 유리한 공급 측면의 요인이 산적해 있어서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경제성장이 가속화함에 따라 금속류에 대한 투자 활동이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거시경제 지형에 맞춰져 있을 때 투자하려는 특정 산업에 맞춰 시야를 좁히고 일반적인 사안들에서 구체적인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산업과 기업, 경영진을 분석한 결과 원유나 원유 관련주보다 광물 및 광업주에서 보다 나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이번 리플레이션 사이클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유심히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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