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00명 근로자 일해
인근 숙박·음식점에 봄바람
내달부터 인력 투입 두 배로
시-한수원 일자리 연계 협약
조선업 퇴직자 등 채용 확대
[ 하인식 기자 ]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현장. 지난해 10월25일 공사가 재개된 지 4개월째인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공사업체 직원들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덤프트럭 등으로 붐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3개월여 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덤프트럭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사기간 7년 동안 연인원 620만 명이 투입되고 주기기 및 보조기기 시공 관련 참여 협력사만 300여 곳에 달해 주변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일자리 보고인 원전산업을 왜 이렇게 홀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원자력 건설 자재를 임시 보호하기 위해 덮어뒀던 푸른 천막도 모두 걷혔다. 철근 뼈대들로 둘러싸여 있던 5호기 원자로 기초 위에는 원자로를 보호할 대형 구조물인 격납건물철판(CLP)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5호기 바로 옆 6호기는 오는 9월 콘크리트 타설을 목표로 취수조 굴착 및 부지 정지 공사가 한창이다.
새울원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가 일시 중단됐을 때 800명까지 줄었던 현장 근로자는 시공인력 312명, 협력사 및 노무인력 1257명 등 16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루 투입되는 공사장비 차량도 덤프트럭 등 200여 대에 이른다. 공사 중단으로 타격을 입었던 인근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신리마을에서 숙박업소와 식당을 운영하는 조금숙 씨(70)는 “도시락 주문이 늘고 숙소도 근로자들로 가득 차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새울본부는 혹한기가 끝나는 다음달부터 건설공사가 본격화하면 공사현장에 하루 최대 투입인원이 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사 재개를 가장 반기는 쪽은 울산시다. 울산은 조선업 불황 여파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인구도 2년째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1만 명 넘는 인구가 울산을 떠났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동구는 2015년 18만여 명이던 인구가 2년 만에 8000여 명 줄었다.
일자리 사정은 심각하다. 동구가 지난해 12월 공원관리 기간제 근로자 16명 모집 공고를 냈을 때 208명이 지원해 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8개월짜리 단기일자리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며 “조선업이 회복될 때까지 특단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조선업계 일감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27일 한수원과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일자리 연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공사가 본격화하면 조선업 퇴직자와 청년 취업난 해소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현 시장은 “대규모 인력 투입시기에 맞춰 조선업 퇴직자를 대상으로 전직훈련이나 재교육을 해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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