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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반도체… G2 통상압박에 기업들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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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원/노경목 기자 ] 美 관세폭탄에 휴스틸 "여수공장 건설 포기"

1000억 투자계획 백지화
철강업계 "정부 대응 못해 일자리 해외로 빠져나간다"

국내 대표적 강관업체 중 하나인 휴스틸이 전남 여수에 건설하려던 1000억원짜리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에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내 투자심리가 꺾이고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박훈 휴스틸 사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미국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권고안이 나온 이후 여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접었다”며 “미국 백악관의 최종 결정이 권고안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철강제품에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수입규제 방안을 백악관에 제안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전격 발동한 것처럼 철강 부문에서도 강력한 수입규제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여수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당진공장과 맞먹는 규모로 생산설비를 구축할 예정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연간 70만t의 강관(파이프)을 생산할 수 있는 당진공장은 휴스틸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공장 세 곳 가운에 가장 크다. 2005년 준공 이후 총 2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삼성에 "반도체 가격 더 올리지 마라"
국가발전개혁委 요구

삼성, 中 시장개입 우려에 전전긍긍
2분기 D램 가격협상서 인상폭 낮춰 잡을 수도
중국 달랠 타협안 주목

중국의 경제정책을 최종 조율하고 인민은행 상무부 공업정보화부 등과 같은 정부기구를 관리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또 자국 기업이 원하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주고 자국 기업에 대한 특허 소송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시장개입 의지를 드러내자 삼성전자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는 최근 삼성전자 고위층에 이 같은 세 개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스마트폰업체를 주축으로 하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 가격이 너무 비싸고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발전개혁위에 삼성전자 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첫 가시적 조치다. 국가발전개혁위는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거래가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삼성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발전개혁위가 아무리 막강한 정부기구더라도 그동안 시장 개입을 자제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자국 기업의 불만을 어루만지면서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발목을 잡아두려는 속셈”이라며 “반도체 슈퍼호황에 최대 걸림돌이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세계 1위인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4월 머스크, 에버그린 등 글로벌 1, 2위 선사들은 중국 화물의 터미널 처리 비용을 15~20% 낮췄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중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명령한 결과다.

중국 최대 경제권력기구인 발개위는 시장가격까지 임의로 바꿔버리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도 발개위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발개위의 요구 사항을 전해들은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전례 없이 거친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중국 전자업계의 불편한 감정이 발개위를 거쳐 전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46%를 점유한 D램값은 2016년 6월부터 쉼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D램 가격(DDR4 4기가비트 기준)은 3.81달러로 2016년 6월 1.31달러 대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모바일 D램의 70%를 소비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불만이 높았던 이유다. 가격은 수직상승하는데 공급량도 충분치 않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주요 전자업체는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80~90% 정도만 충당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이면서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시설이 있는 곳이다. 중국 정부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고객 간 형평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반도체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창 진행 중인 2분기 D램 공급협상에서도 가격 인상폭을 낮춰잡을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2분기 D램 가격이 시장 외적인 요인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개위가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수단은 반(反)독점 규제 권한이다. 담합 혐의 등을 제기하며 거액의 벌금을 매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삼성전자에 안긴 불이익이 반도체 가격에 전가돼 고객인 중국 업체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 있다. 안전 점검 등을 명목으로 공장 가동에 지장을 주는 조치 역시 반도체 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자국 전자업체를 달랠 수 있는 수준의 타협안을 얻어내면 발개위가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발전 전략 수립과 거시경제 관리를 담당한다. 경제기구로는 최정점에서 인민은행과 상무부, 공업정보화부 등 중국 경제 관련 기구 및 부처를 관리·조율한다. ‘중국 경제의 조타수’로 불리는 이유다. 외국 기업의 중국 내 대규모 투자를 승인하고, 중요 상품 및 재화에 대해서는 독과점 여부를 감독하는 규제기관이기도 하다.

박재원/노경목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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