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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시선으로 본 중소기업… "ㅇㅇㅇ해서 다니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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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회사 비전 공유?…사장님 말씀이 '법'
자기 계발?…전문성 없는 잡탕 근무만

가족같은 분위기 기대했는데
막말에 인신공격 '스트레스'

모래시계같은 회사 인적구조
중간급 없어 신입은 '맨땅 헤딩'

연차·육아휴직…그게 뭐죠?
출산 1주일 만에 복귀하기도



2030세대가 취업 전쟁을 치른 지도 오래다.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라는 문구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일할 젊은이들을 찾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인다. 기성세대들은 “요새 젊은 애들은 눈만 높아서 고생을 안 하려고 한다”거나 “중소기업에 취직해 바닥부터 업무를 배우고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인턴기자들이 들어봤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일하고 있는 2030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자아 성장? 근로법 무시하는 착취

“중소기업에 다니며 차근차근 성장하라”는 말에 김모씨(24·여)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항변한다. 김씨는 직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기대로 정보기술(IT) 계열 중소기업의 콘텐츠제작팀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직무와 관련 없는 고객관리 업무만 맡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특성상 이팀 저팀으로 차출되기 일쑤여서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면 비즈니스팀, 영업팀 업무도 다 했다”며 “이러려고 콘텐츠팀에 왔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자기계발을 위한 여유를 갖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일상화된 야근 탓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유모씨(27·여)는 “근무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인데 지난 6개월간 정시에 퇴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야근수당이 전혀 없었던 것은 덤”이라고 털어놨다.

◆회사 비전을 공유? 사장님 독재경영

“직원들 말을 안 들어준다기보다 아예 입을 열 기회가 없어요.”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에서 9개월째 근무 중인 이윤형 씨(가명·28)는 사장의 독재경영을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회사 비전을 공유하며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같이하는 과정을 기대한 것이 오산이었다. 이씨는 “회의는 물론이고 새로운 안을 제시하거나 선배들하고 터놓고 얘기할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의류 유통업체에서 1년째 근무 중인 이정은 씨(가명·27·여)는 상사들조차 모두 사장의 눈치만 본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이사님도 (사장님께) 말하기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말할 것도 없다”며 “출장도 사장님이 갑자기 가라고 하면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말단 사원은 사장의 지시에 따르고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는 “밑의(하위직급) 사람들만 죽어나는 거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 남발하는 막말

제조업체에서 경리직으로 일하는 김주영 씨(가명·26·여)는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원 수가 적은 만큼 가족 같고 따뜻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김씨는 “일요일 밤만 되면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심장이 떨린다”고 털어놨다. 중소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김하늘 씨(가명·29)는 최근 가까운 선배로부터 “살이 쪄 돼지 같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박씨는 “처음엔 형, 동생 하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도를 넘어 오히려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부당한 인신공격과 언어폭력을 토로해 봐야 사내 매뉴얼이나 교육 체계가 갖춰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박씨는 “이런 문제를 정식으로 공론화할 장치가 없다”며 “말해봤자 그게 왜 문제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차, 육아휴직…그게 뭐예요?

경기도에 있는 한 철강업체의 지난해 전 직원 평균 연차 사용 일수는 0.7일. 상사가 쉬는 이유를 캐묻고 눈치를 주는 회사 분위기 탓이었다. 입사 2년차 박모씨(28)는 “아픈 아버지 간호 때문에 연차를 냈는데 상사로부터 ‘어느 병원이냐,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는 추궁을 들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에서 일했던 김혜정 씨(가명·29·여)는 “회사 눈치를 보던 선배는 출산 1주일 만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선 평사원 사이에서조차 출산 및 육아휴직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한 경우가 많다. 직원 수가 적어 한 명만 빠져도 다른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량이 떠넘겨져서다. 작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근로자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률은 중견기업(100인 이상~300인 미만)과 대기업(300인 이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신입 위에 바로 임원 “중간이 없어요”

제조업 계열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인 박동진 씨(가명·32)는 회사 인적 구조가 ‘모래시계’ 같다고 말했다. 임원진과 신입 직원 사이에 있어야 할 과장, 대리급 경력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신입이 맨땅에 헤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중간급이 적다 보니 업무 매뉴얼을 전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중소 광고대행사에서 근무 중인 이승현 씨(가명·29)는 회사가 2년차인 자신에게 8~9년차 성과를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너 이제 그럴 연차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고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중간급 선배가 없다 보니 신입과 다를 바 없는데 너무 많은 업무를 맡긴다”며 “업무를 나열하는 거로 ‘쇼미더머니’(랩과 힙합 등을 겨루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취업반수·이직 많아

일단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더 나은 회사를 준비하는 일명 ‘취업반수’도 많다. 6개월 전 중소 제조업체에 입사한 전모씨(27)는 틈틈이 대기업 공채 원서를 내는 취업반수생이다. 그는 “부서 회식 날에 맞춰 치과 진료를 잡는다”며 “영어와 인적성 시험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가족 행사를 핑계 삼아 월차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간 적도 있다. 취업반수, 이직 등 탈출 행렬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는 청년들의 젊은 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이번 주는 중소기업에 대한 2030세대의 경험과 시각을 들여다봤습니다. 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왼쪽부터) 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2학기)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 인턴기자가 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남정민·이인혁·김수현·이건희 인턴기자 jungmin28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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