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는 보험사
투자운용 수익 갈수록 줄고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 증가세
美·日 등은 기업·기관들과 제휴
고객 건강관리·데이터 분석 통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나서
국내 보험사도 앞다퉈 진출
진료예약·상담·병원정보 등 제공
신약 개발 기업 보험상품 출시
헬스케어 벤처에 투자도 잇따라
최근 보험회사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그 결과로 보험금 지급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운용에 애로를 겪는 데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의료비(지급 보험금) 지출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의료비를 줄이는 방법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건강관리 앱 활용하면 연 1만달러 절감
보험금 지급률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병을 예방하고, 이미 생긴 질병에 대해서는 최대한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미국 PWC 건강연구원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를 위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환자당 의료비를 연간 최대 1만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다.
민간 보험사가 발달한 미국은 과거부터 보험 가입자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왔다. 미국의 건강관리회사 헬스웨이스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과 공동으로 ‘갤럽·헬스웨이스 웰빙 솔루션’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웰빙지수(WBI)라는 건강관리지표를 토대로 보험 가입자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보험은 정부기관 교토대 일본IBM과 제휴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토대 의과대학 진료기록을 분석해 IBM의 인공지능(AI) 기반 예측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건강보험상품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임산부와 태아 건강관리를 위한 ‘카이스’라는 상품을 내놨다. 카이스는 디지털 기기로 태아 상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고, 산부인과병원과 제휴해 원격의료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중안보험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혈당측정 단말기를 통해 혈당수치에 따라 보험료를 조절해주는 ‘탕샤오베이’라는 건강보험상품을 출시했다.
국내도 건강관리 서비스 속속 도입
국내 보험사도 잇달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5000만원 이상의 종신보험 계약자에게 진료 예약 대행, 전문 간호사 진료 동행, 치매 자가 진단 및 예방 훈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생명도 월납 보험료 100만원 이상의 연금보험 가입자에게 전국 병원 정보 제공 및 진료 예약, 건강 상담, 병원 에스코트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을 공략하는 상품도 나온다. 개발 중인 신약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들은 임상시험보상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생명과학배상책임보험 등 관련 보험상품을 내놨다. 한 제약회사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의 부작용에 따른 소송과 관련해 이 제약회사에 4000만원을 보상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개인의료정보 보호가 중요해짐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배상책임보험 상품도 보험사들이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의 고의·과실로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훼손된 경우에 손해 요건이 없이도 300만원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헬스케어 기업에 직접 투자도
보험사들이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프랑스 AXA는 사내 벤처캐피털을 통해 원격진료, 생활습관 관리 플랫폼, 음주습관 측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AIG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문 스타트업인 HCS에, 독일의 알리안츠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5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라 보험사의 자산운용과 관련된 규제가 대부분 폐지됐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를 기대해본다.
2016년 기준 국내 자산 규모 1위 보험사는 약 244조원의 삼성생명이다. 이는 셀트리온그룹의 지난해 시가총액 24조원의 10배다. 보험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결합을 통한 직접 보험상품 개발은 물론 바이오헬스 기업 투자로 이익 실현이 가능한 만큼 보험사들의 바이오산업 진출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을 보유한 보험사들이 바이오헬스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돼야 할 장애물도 있다. 원격진료와 개인의료정보 규제 개선 등이 논의 중이다.
미래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의료 빅데이터가 매우 중요해지는 만큼 의료정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계민 한국바이오협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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