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 스웨덴 꺾고 예선 공동 1위
선수 4명 모두 경북 의성 출신
감독·선수 전원 '김씨 패밀리'
탄탄한 팀워크로 '승승장구'
WSJ "평창의 깜짝스타"
[ 박진우 기자 ]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이 강적 스웨덴을 격파하고 예선 공동 1위로 올라섰다. 5승째를 거둔 컬링 대표팀은 1~2승만 추가하면 4강에 진출해 메달을 놓고 겨루게 된다.
대표팀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예선 8차전에서 스웨덴을 7-6으로 꺾었다. 대표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출전한 이후 불과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예선 공동 1위에 올랐다. 2014년 세계 랭킹 1위였던 스웨덴에 4-7로 패한 것도 완벽하게 설욕했다.
한국 대표팀의 뒷심이 돋보인 경기였다. 한국은 10엔드가 다가올수록 저력을 보였다. 특히 스위퍼를 맡은 선수들의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스위핑으로 스톤의 진로를 절묘하게 틀어 스웨덴 스톤을 하우스에서 몰아내는 명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반면 전통의 강호인 스웨덴의 주장 안나 하셀보리는 당황한 듯 실수를 연발했다.
초반 흐름은 좋지 못했다. 후공인 1엔드에서 스웨덴에 1점을 ‘스틸’당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에 스톤을 던지는 후공이 유리하며 후공 차례에서 점수를 내주면 ‘스틸’당했다고 표현한다. 후공인 2엔드에서도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3엔드에선 후공인 스웨덴의 ‘블랭크(무득점 전략)’에 휘말렸다. 컬링에서 양 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마지막에 스톤을 던진 후공 팀이 다음 엔드에서도 후공을 이어간다. 하지만 4엔드에서 반전이 벌어졌다. 스웨덴이 실수를 저지르며 무려 2점을 한국이 ‘스틸’한 것. 이후 5-3으로 한국이 앞서던 8엔드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스웨덴이 두 차례 실수를 저지른 반면 김선영이 연이어 신들린 듯 스톤을 던지며 2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스웨덴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한국은 9엔드에서 이날 처음으로 2점을 내줬다. 컬링 경기장엔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스웨덴 주장 하셀보리가 10엔드에서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뒤를 이은 한국 대표팀 주장 김은정이 하우스 안에 있는 스웨덴 스톤을 안정적으로 밀어냈다.
김은정은 경기가 끝난 뒤 “누구와 붙어도 우리 샷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며 “초반 1점을 내준 것도 스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제 후공을 잡았으니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신들도 세계 1, 2, 4, 5위 강호들을 연거푸 격파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을 주목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평창올림픽의 깜짝 스타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라고 지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부 지원 없이 자비로 장비를 마련하고 연습장도 이용할 수 없었던 대표팀이 1년 만에 강호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마늘이 유명한 경북 의성의 의성여고와 의성여중에서 각각 컬링을 시작한 김은정과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에 대해 현지 언론에선 ‘마늘 소녀들(garlic girls)’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의성 마늘 소녀’들이 강호 스웨덴에 첫 패를 안긴 셈이다.
한국은 20일 오후 2시5분 미국과 대결하며 21일 오전 9시5분에는 세계 랭킹 3위 러시아와 겨룬다. 21일 오후 8시5분에는 덴마크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남은 세 경기에서 1~2승만 거두면 4강에 진출할 전망이다. 2006년과 2010년엔 6승, 2014년엔 5승이 4강 진출 커트라인이었다. 이후 준결승은 23일, 3-4위전 24일, 결승전 25일이다.
한국 남자 컬링 대표팀은 이날 이탈리아를 8-6으로 꺾고 올림픽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남자 컬링에선 스웨덴이 6승1패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영국, 일본, 노르웨이가 치열한 3~4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승5패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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