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인터뷰
블록체인, 탈중앙화로 도덕적 해이 방지하는 기술
"아직 불완전한 기술, 법령 정비 필요"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술이기 이전에 이념 내지 사상입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블록체인이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정의로운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의 특징을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시스템이라도 '중앙집중화'되면 내부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 이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이 때 필요한 기술이 '탈중앙화'로 결부되는 블록체인이라는 얘기다.
블록체인은 정부나 금융기관 등 중앙기관 없이 P2P(개인 대 개인)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담은 '블록'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암호화해 기록한다. 매 10분마다 새로운 거래정보를 담은 블록이 시간 순으로 계속 연결돼 '블록체인'이라 불린다.
중간 관리자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해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데이터를 위조하려면 네트워크 상 참가자 과반수를 해킹해야 하기에 보안성도 높다. 이런 특징으로 음악을 비롯한 영화, 출판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 생산자가 소비자의 선택만으로 평가받는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화가 필요해', '김밥' 등으로 유명한 가수 자두(본명 김덕은)의 친동생이다. 누나가 창작자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일찌감치 봐왔다. 그가 음악 저작권자의 수익이 배포 과정에서 수수료 등으로 손실되지 않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데 집중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음악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사업부와 핀테크 사업부 등 두 가지 비즈니스를 함께 진행중이다. 특히 가장 빠르고 안전한 블록체인을 많은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R&D(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퍼블릿 블록체인 플랫폼 '인피니티'가 그런 예다.
인피니티는 ‘타입스크립트’라는 개발 언어를 사용한다. 이점이 자체 개발 언어 ‘솔리디티’를 사용해야 하는 이더리움 플랫폼과 다르다. 타입스크립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자바스크립트 슈퍼셋이다. 초급 개발자에게도 익숙한 개발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만 할 수 있어도 DApp(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전 세계 개발자의 99%가 사용하는 언어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인피니티에) 유입되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스퍼는 올해 6~7월 인피니티의 첫 번째 배포 버전을 공개하는게 목표다.
글로스퍼는 인피니티의 기술적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가상화폐도 발행한다. 지난 1월 가상화폐 '하이콘'의 제네시스 블록을 생성을 완료했다. 제네시스 블록이란 가상화폐를 유지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먼저 생성된 블록을 의미한다. 글로스퍼는 이를 확장해 올해 중반 하이콘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실증화’를 빠르게 해낸 플랫폼이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배할 것으로 봤다. 다시 말해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한 플랫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 블록체인을 아는 업계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이 사용할 서비스에 주목한 이유다.
이점에 착안해 만든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노원’(NO-WON·NW)이다. 1노원은 1원의 가치를 지니고 자원봉사 1시간에 700노원을 받을 수 있다. 노원구 주민은 지역화폐를 통해 물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선행’에 화폐를 발급해 줌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 대표는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시스템 사용자, 운영자의 관리 편의성과 투명성을 높을 수 있다"며 "노원 지역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투명성을 제공하는 기술과 지역공동체가 행하는 사회적 가치가 결합한 블록체인 실증사업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보완해 가야할 사안도 지적했다. 중앙관리 부재에 따른 유사시 대응방안, 느린 처리속도, 거래·운영시스템의 불비, 법적인 제약 등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이론적으론 완벽하지만 동시에 불완전한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의 거래·운용 형태로 보면 다른 방식에 비해 불완전한 것"이라며 "전 산업군에 적용하려면 기존 생체인식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보완성 강화와 함께 데이터 분산에 대한 개념정리, 법령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달 28일 열리는 '한경 블록체인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기술적용 사례>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번 세미나는 김 대표 외에도 이원부 동국대 교수, 박세열 IBM 실장, 김홍근 LG CNS 상무, 김항진 데일리인텔리전스 이사,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 등이 연사로 나선다. 세미나에 참여를 희망하는 독자는 한경닷컴 마케팅본부(02-3277-9819)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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