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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육탄 불사조 '골리 신소정 "올림픽 끝나면 난 무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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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육탄 불사조 '골리 신소정 "올림픽 끝나면 난 무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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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피리어드 6분여를 남겨놓고 그는 40개의 슛 중 37개를 막아냈다. 92.5%의 방어율. 그가 없었다면 적어도 3골 이상은 더 들어갔을 수 있었던 상황을 그는 몸을 던져 육탄방어했다. 남북 단일팀 수문장 신소정(28)의 헌신이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원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팀을 맞아 1-4로 분패했다. 3피리어드에 단일팀의 첫 골이 터졌지만,일본의 빠른 공격을 넘어서진 못했다. 3시간이 넘는 혈투의 한 가운데 ‘철벽 수문장’ 신소정이 있었다. 그는 단일팀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종료 6분여를 남겨둔 3피리어드. 1-3으로 끌려가던 팀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새라 머리(캐나다) 단일팀 감독은 마지막 카드를 빼어 들었다. 남은 시간 단일 팀은 골리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극약처방’이었다. 골문을 비워두고 총공세를 펼치는 ‘엠티넷(empty net)’ 작전. 하지만 첫 승을 위해 빼든 3분여의 ‘전면전(all-out war)’카드는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전략에 선수들은 당황하다 공을 뺏기고 말았다. 일본 팀은 무주공산인 골넷을 손쉽게 갈랐다. 골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1-4.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사상 첫 골을 성공시켰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경기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렸다. 그사이 신소정 골리는 3개의 슛을 더 막아냈다. 그의 몸은 날아온 퍽이 새긴 멍으로 시꺼먼 만신창이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숙였다.

사상 첫 남북단일팀의 실험은 첫 골을 신고한 것으로 끝이 났다. 조별 리그 3전3패. 스위스(0-8),스웨덴(0-8)에 연패한 데 이어 일본에게도 졌다. 목표했던 첫 승은 손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훈련기간과 소통문제 등 갑작스게 성사된 단일팀이었음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신소정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확보했다. 단일팀원 모두 각자의 역할을 100% 이상 발휘했지만, 신소정 골리가 대표팀 전력의 90%를 담당했다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는 분위기다. 공격력을 보강할 경우 팀 전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골리 신소정은 ‘아이스하키와 짝사랑에 빠진 소녀’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언니들과 뒤섞여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한국이 여자대표팀을 한창 구성할 때였다.그 때부터 그의 포지션은 골리였다.

“골을 막아내는 짜릿한 쾌감이 너무 좋았다”는 그는 중학교 때까지는 그의 아이스하키 ‘짝사랑’을 이어나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혜화여고)에 진학한 후부터 설자리를 잃었다. 어느곳에도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캐나다와 미국 진출을 시도했죠.”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북미 지역 구단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2013년 캐나다 세인트프랜시스재비어 대학에서 입단 제의가 들어왔다. 마침 인턴으로 일하던 한라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님과 사모님이 찾아오셨어요,가면 모든 후원을 해주겠노라고 약속을 해주셨어요. ”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열린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하키 선수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대학 1부리그 소속 세인트 재비어대학 주전 골리로 뛰었다. 이어 2016년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했다. 그해 신소정은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실점 0.75, 세이브성공률 0.961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한국적 문양을 즐겨 새기는 헬멧은 그의 상징과도 같다. 태극문양과 한복 등이 그의 머리를 장식하는 주요 디자인이다. 신소정은 “한국을 알리고 싶어서 한복 그림을 새겼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그의 헬멧에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는 “늘 아버지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한다”고 했다. 올림픽 위원회는 그러나 그가 마스크에 새긴 ‘allways be with me’란 문구를 허가하지 않았다. 특정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순간 공식적으로는 무직자가 된다. 전 소속구단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연락을 주라”고 했지만 비공식적인 얘기일 뿐이다. 지난해 대표팀 합류 등으로 구단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지면서 계약이 만료됐다.

그는 앞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표팀 활동이 끝난 이후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저보다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올림픽을 계기로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대표팀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남북 단일팀의 사상 첫 골 주인공은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만들어 냈다. 그리핀은 일본에 0-2로 끌려가던 2피리어드 9분 31초에 극적인 만회 골을 터트렸다. 박윤정(마리사 브랜트)의 패스를 받아 쏜 샷이 골리 다리를 거쳐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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