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회식서 화제 몰고온 인면조, 일본에서도 검색어 1위 올라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발견… 개회식 취지에 맞게 재해석"
[ 최진석 기자 ] “인면조(人面鳥)의 얼굴은 전통탈 중 각시탈을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배일환 평창동계올림픽 제작단 미술감독(38)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퍼펫(인형)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배 감독은 “봉산탈춤이나 오광대놀이 등에 등장하는 탈은 해학적이라 개회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았다”며 “진지한 표정을 한 얼굴을 찾다가 각시탈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사람 얼굴을 한 인면조는 개회식에서 등장한 뒤 국내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개회식의 ‘신스틸러’로 자리잡았다.
배 감독은 “한국 전통문화 속에서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캐릭터를 발굴해보자는 생각으로 조사하다 고구려의 덕흥리 고분벽화의 인면조를 발견했다”며 “벽화의 인면조는 동글동글한 모습이지만 이를 개회식 취지에 맞게 재해석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금의 인면조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개회식이 끝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인면조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에는 “인면조를 기념품으로 제작할 계획이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배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이 정도로 인기를 얻을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념품 제작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직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배 감독은 인면조 외에도 개회식에 등장한 80여 종의 인형을 디자인했다. 배 감독은 “작년 2월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해 모두 완성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며 “뮤지컬 라이언킹에서 작업했던 니콜라스 마흔이 인형 움직임에 대한 컨설팅을 맡아 완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인형은 백호다. 배 감독은 “백호는 민화의 한국적 요소와 실제 호랑이의 형태, 움직임 등을 재해석해 탄생시킨 캐릭터”라고 말했다. 인면조를 포함한 인형들은 경기 여주의 한 창고에 보관 중이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기념관을 열어 인형을 전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념품이 나오지 않더라도 향후 기념관에서 인면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종대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배 감독은 2011년 여수세계박람회 공식행사와 2012년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콘셉트디자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평창홍보관 미술감독 등 다양한 국제행사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와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에서도 폭넓게 활동 중이다. 그는 “개회식이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폐막식을 준비해야 한다”며 “폐회식에선 인면조가 나오지 않지만 다양한 요소로 많은 준비를 했다. 개막식만큼 멋질 것이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평창=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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