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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체크하며 속도조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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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밀레니엄포럼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기업에 대한 규제·투자환경 개선하겠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산업 경쟁력 측면 최우선
2022년 발주량 3500만CGT 회복… 호황에 대비해야
불만 큰 '급전지시'는 현실 반영해 제도 손볼 것



[ 이태훈/김일규/오형주 기자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 잇따른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한 번 시행해보고 전반적인 문제점을 체크하며 속도 조절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여러 애로를 (김 장관에게)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백 장관은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다. 백 장관은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이 견인하고 정부가 뒤에서 미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필요는 한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친(親)노동이 아니라, 노동계만 대변하는 정책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건의를 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2000달러 시대가 된다.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 정도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 물론 매번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릴 순 없다. 올해 시행해보고 여러 가지 사회·경제 전반적 문제점을 체크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속도도 같이 고민하겠다.

▷김 교수=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식이 잘 들리지 않는다.

▷백 장관=조선업은 기존 재무실사 자료, 회계법인이 진행 중인 컨설팅 자료, 여기에 산업경쟁력까지 묶어서 결정하려고 한다. 조선업은 호황일 때 연간 발주량이 5000만CGT였는데 작년에는 2300만CGT였다. 영국 조선·해운업황 분석회사인 클락슨은 2022년 발주량이 4300만CGT까지 회복한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너무 장밋빛이고 산업부는 현실적으로 3500만CGT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회복됐을 때 국내 중견·대형 조선소가 어떤 형태로 경쟁력을 가질지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과거 SK하이닉스 중국 매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국에 팔았다면 반도체가 지금처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순전히 산업 경쟁력 측면만 보겠다.

▷김 교수=한국GM 철수설이 나온다. GM 본사가 산업은행에 증자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자동차산업이 황폐화하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조선업과 비교가 안된다.

▷백 장관=지난 1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인사차 와서 만났다. 여러 경영 애로사항을 얘기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절묘한 시점에 찾아왔다. 정부도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한국에 와서 사업할 때에는 중장기적으로 최소한의 이윤구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한다. 다만 그분들(GM)에게 중장기적 계획에 따른 경영개선이나 투자계획을 먼저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장기적 전략을 갖고 오면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규제완화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산업 이슈에 적극적인 공무원은 (차후에 문제가 발생해도) 면책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비용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역시 최소화해야 한다.

▷백 장관=공감한다. 장관에 임명된 지 8개월째인데, 공무원들로선 어떤 일을 함으로써 나중에 법적 책임을 지거나 감사원 감사를 받는지부터 볼 수밖에 없다.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주고 감사원 감사 면책 특권도 주려고 하고 있다. 기업 비용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기술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등 노동생산성을 좀 더 높이는 쪽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앞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수많은 기술표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안전기준이 의제가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표준이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가 표준을 선도하면서 국제 협조를 이끌어 나가야 국가적 역량이 커진다.

▷백 장관=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국제적 표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상호호혜적으로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기술 포용적 성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남방정책 등을 통해 동남아 국가를 공략할 때 그 나라에 내수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산업부는 매출이 1조원 이상인 중견기업을 2022년까지 80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보도를 보니 올해 중견기업 예산이 18% 감소했다고 한다. 발표 내용과 실제 지원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

▷백 장관=중견기업 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취임했다. 답답한 측면이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할 때는 중견기업 예산을 좀 더 확보하겠다. 다만 정부 예산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중견기업과 함께 서플라이체인을 만든다는 동질감이 있어야 한다. 핵심 부품기술을 가진 중견기업은 대기업에 ‘갑질’을 당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을질’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배터리 급속충전을 위한 음극소재 기술을 가진 업체는 중국에 많다. 수요가 많다 보니 이들 중국 기업으로부터 국내 대기업이 제때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대기업이 함께 노력하고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

▷김동주 국토연구원장=산업부가 지난 10여 년간 지역마다 특정 산업을 지정해 발전시키겠다는 클러스터 전략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 국가혁신클러스터는 과거 정책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백 장관=전략은 지난 정부도 다 있었다. 실현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공무원들은 기획하고 발표하는 건 참 잘하는데 팔로업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산업부는 계속 팔로업하겠다고 약속한다. 특히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흩어진 산업단지를 클러스터화해 거점 기술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 모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긴 어렵지만 지역별 거점도시를 만들어 중점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 정책과 일자리 정책의 조화가 잘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용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감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공공부문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부가 민간 노동 수요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백 장관=산업부가 ‘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20%로 상향) 정책을 세우다 보니 협업 부처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 굉장히 많더라. 처음에는 협업이 쉽지 않았다. 대통령이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해 지금은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농식품부 도움으로 농업 이외 용도로 쓸 수 없는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에도 곧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민간 기업이 일자리 창출 등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병건 종근당홀딩스 부회장=바이오헬스산업은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화가 안된 산업 중 하나지만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산업부는 바이오시밀러와 재생의료를 유망산업으로 분류했는데 활성화 방안이 뭔가.

▷백 장관=많은 규제가 보건복지부와 연관돼 있다. 국장급 논의를 통해 규제 철폐 및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빅데이터화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공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삼성에서 많은 투자를 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형태를 갖췄다. 재생의료 쪽도 큰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김태기 교수=전력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이 이번 겨울 열 차례나 내려왔는데 기업들의 부담이 많다.

▷백 장관=최대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보다 수요를 조절하는 게 경제적이다. 다만 2014년 급전지시 제도가 마련된 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현실에 맞게 제도적으로 시행령을 손보려고 한다.

이태훈/김일규/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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