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Go) 클로이~!”
12일 오후 1시30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 언덕 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halfpipe) 예선 출발선에 스노보더 클로이 김(17·한국명 김선)이 나타났다. 언덕 아래 도착점에 몰려 있던 관람객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의 등장에 열광적으로 환호한 이들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인 등 다양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 슈퍼 스타다. 2015년 동계 엑스게임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15세)을 세웠다. 2016년 릴레함메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해 열린 US그랑프리에서 여자선수 최초로 ‘백투백1080(연속 3회전 점프 기술)’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부모님의 나라에서 올림픽에 데뷔하는 그의 각오도 특별하다.
그는 지난 8일 평창올림픽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출전은 오랜 꿈이었다. 첫 올림픽이 부모님 나라에서 열린다는 건 더욱 특별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나이 제한에 걸려 출전을 하지 못했다. 스노보드는 만 14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다.
하프파이프는 인기 스노보드 종목이다.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언덕에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히 걸쳐 놓은 듯한 반원형 슬로프에서 펼치는 공중 묘기가 어느종목보다 화려하고 박진감을 주기 때문이다. 높이 6.7m,기울기 17~18도, 폭 19~22m, 길이 170m 가량의 미끄러운 슬로프를 좌우로 오가며 약 30초가량의 짤븐 시간안에 점프,회전 등의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그만큼 고위험 종목으로도 꼽힌다. 박영남 SBS 스노보드 해설위원은“얼마나 높이 솟구쳐 오르느냐에 점수가 많이 주어지는 게 최근 추세”라며 “사람이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높이에서 점수가 많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1,2차 예선을 통해 12명의 결선을 가리는 이날 예선에서 클로이 김은 1차 시도에서 91.50점,2차에서 95.50을 받아 예선 1위로 가뿐하게 결승에 진출했다. 2위 류자위(중국)를 7.75점 따돌린 압도적 경기력이다. 이날 출전자 24명 중 유일한 90점대 성적을 기록했다. 스노보드는 점프 뒤 착지할 때 엉덩이가 눈에 닿는 등의 간단한 실수 한 번에도 10점 이상 점수가 깎여 10~20점대(100점 만점) 점수가 나오는 게 흔하다. 클로이 김은 특기인 1080도 회전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900도와 720도 회전, 5m가 넘는 공중 도약 기술 등을 안정적으로 섞어 예선을 가뿐히 통과했다.
클로이 김은 2000년 4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직 만 18세가 채 되지 않은 10대다. 4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6살에 전미스노보드연합회가 주최한 내셔널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천재성을 드러냈다. 아버지,어머니 모두 한국인이다.
이날 예선 22번째 주자로 나선 한국 대표 권선우(19)는 1차 시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19.25점을 받아 하위권으로 쳐졌고, 분위기 반전을 노린 2차 시도에서도 35점에 그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3일 오전 10시에 예선을 통과한 12명이 설원의 여왕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스노보드는 하프파이프를 비롯해 평행대회전,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크로스 등 5개 세부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남녀 각 5개씩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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