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내집마련] (3) 선순위 가등기 '오해와 진실'
남편과 함께 맞벌이 중인 A씨(38)는 최근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 공부를 하고 있다. 종잣돈이 부족해 일반 매매시장 대신 경매로 눈을 돌렸다. 경매시장 이야기가 익숙해질 무렵 2차까지 유찰된 아파트를 발견했다. 등기부를 살펴보니 1순위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가등기),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가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등기 순이었다. 그는 유찰된 이유가 선순위(1순위) 가등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내 파악했다. 으레 선순위 가등기는 매수인이 무조건 인수하는 권리로 생각하는 까닭이다.
권리분석에서 선순위 가등기는 왠지 무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등기는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단지 어렵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가등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채권보전을 위한 담보가등기(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참조)가 있다. 또 매매계약 즉, 소유권 보전을 위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부동산등기법 제88조 참조)가 있다. 그러나 등기부에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가등기가 동일하게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로 표시된다.
경매 물건에 선순위 가등기가 있으면 유찰되기 일쑤다. 기준권리(근저당권)보다 앞선 선순위 가등기는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인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순위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인 경우, 그 자체가 기준권리가 되기 때문에 매수인이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담보가등기는 경매로 소멸된다. 이때 가등기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했거나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는 담보가등기로 본다(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5·16조 참조).
또한 선순위 가등기가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인 경우에도 제척기간(존속기간) 10년이 지나면 매수인이 인수하지 않는다. 매수인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갖게 되며, 제척기간이 지난 가등기권자에 대해 본등기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다42077 참조).
그러나 선순위 가등기가 제척기간(10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가등기권자가 경매 목적물인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본등기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므로 가등기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선순위 가등기를 매수인이 인수해야 된다는 얘기다(대법원 90다9797 참조).
따라서 선순위 가등기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했거나 또는 배당요구를 했다면 그 가등기는 기준권리가 된다. 당연히 그 가등기는 경매로 소멸되며, 매수인이 인수하지 않는다. 또한 선순위 가등기가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인 경우에도 제척기간 10년이 지나면,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가 아니다. 다만 가등기권자가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매수인이 별도로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가등기를 말소시켜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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