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한국전력 직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시공업체 관계자 등 78명을 적발했다. 겸업을 금지한 공기업 규정을 어기고 배우자 등의 명의로 발전소를 운영하거나 특혜를 매개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다. 사업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시공업체로부터 싼 값에 태양광 발전소를 사들인 한전 직원도 있었다.
감사 대상이 2014~2016년 사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사업에 ‘공무원·공기업 직원-사업자’ 간 비리 사슬이 촘촘히 형성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싼 가격에 전기를 사주는 국고보조금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국적으로 2만5000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맞물려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자칫 ‘복마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지자체나 민간에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2006년 30조원이던 국고보조금은 올해 66조9000억원으로 12년 만에 2.2배로 늘었다. 중소기업, 농업, 연구개발(R&D), 교육, 문화·체육, 복지 등 지원 분야와 유형이 워낙 다양하다. 올해 중소기업 육성사업만 1347개, 규모로는 16조5800억원에 이른다.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은 데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다. 속된 말로 ‘잔칫상에 파리떼 꼬이듯’ 국고보조금을 빼먹기 위한 불법 컨설팅이 기승을 부린 지도 오래다.
보조금의 속성이 그렇다.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주인의식도 제대로 된 감시자도 없는 데다 성과 점검까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업은 남발된다. 부정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원 요건과 평가 강화에 힘써야겠지만, 근본대책은 국고보조 사업 자체를 확 줄이고 꼭 필요한 사업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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